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자체 개발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이 중요한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덜란드 ASML의 기술력을 단기간 내 위협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장비 공급망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 중국산 침지형 DUV 장비 양산 개시
28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과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자체 개발한 침지형 DUV 노광장비의 양산에 착수했다.
생산은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 아이성나 전자기술그룹(Shanghai Aishengna Electronic Technology Group)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중국 주요 노광장비 스타트업의 핵심 개발 인력을 통합해 생산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발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 ASML 독점 시장에 도전장
DUV 노광장비 시장은 그동안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해 왔다.
기술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상하이의 국영 지원 기업이 장비 생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약 5대, 2027년에는 약 20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기업이 아이성나라는 사실을 처음 확인해 보도했다.
▲ 상용 경쟁력 확보까지는 시간 필요
관계자는 아이성나의 DUV 장비가 추가적인 성능 검증이 필요하며, 현재로서는 ASML의 경쟁 제품과 기술 수준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장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서방 국가들의 추가 수출 규제나 장비 유지보수 제한에 대비할 수 있는 자체 공급망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 SMIC 등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 공급 예정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중국산 침지형 DUV 장비는 올해 중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중신궈지), 화홍반도체, 메모리 업체 CXMT(창신메모리)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침지형 DUV 장비는 투영 렌즈와 실리콘 웨이퍼 사이에 물을 채워 기존 건식(Dry) 방식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장비는 다양한 반도체 생산에 활용될 뿐 아니라 동일한 공정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Multiple Patterning) 기술을 통해 보다 첨단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 ASML "즉각적 위협 아니다"
ASML과 SMIC, 화홍반도체, CXMT는 관련 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ASML 주가는 디인포메이션 보도가 나온 직후 한때 8% 급락했으나 이후 낙폭을 줄이며 유럽 증시에서 약 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다만 유럽 반도체 업종 평균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 아이성나, 상하이 국유자본이 설립
아이성나는 2023년 8월 설립됐으며 등록 자본금은 70억 위안(약 10억 달러)이다.
주주는 상하이전기홀딩스와 상하이국제신탁 계열사 등 두 곳의 국유기업이다.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사업 내용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성나는 지난해 DUV 시제품 시험에 착수했던 위량성(Yuliangsheng)과 상하이마이크로전자장비(SMEE) 연구개발 인력을 흡수해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 화웨이 생태계와도 연결
위량성은 화웨이가 지원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시캐리어(SiCarrier) 계열사로 알려져 있으며, SMEE와 함께 중국 반도체 자립 프로젝트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기업 등기자료와 채용 공고에 따르면 아이성나와 위량성은 상하이의 동일한 주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성나와 주요 주주, SMEE, 위량성 모두 이번 사안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작업자들이 미국 오레곤주 힐스보로에 위치한 인텔 시설의 'High NA EUV' 노광 장비 앞에 서 있다.(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미국 규제가 중국 기술 독립 가속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ASML의 최첨단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네덜란드 정부의 수출통제로 일부 첨단 DUV 장비 수입도 제한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중국 정부가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ASML의 핵심 시장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은 ASML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했으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EUV 장비는 도입하지 못하지만 DUV 장비는 지속적으로 대량 구매하고 있다.
▲ EUV 개발도 진행 중
로이터는 지난해 12월 중국이 자체 EUV 노광장비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실제 양산 단계까지는 아직 수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ASML 실적 영향은 제한적"
시장에서는 중국의 DUV 장비 양산 소식에도 ASML의 중기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침지형 DUV 장비를 소량 생산하는 것과 대량 양산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장비를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경쟁력은 높은 수율과 정밀한 오버레이 기술, 생산 속도, 수천 장의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뢰성 확보에 달려 있다"며 "중국이 ASML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