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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900만 부 신화' 히가시노 게이고 영면…日 추리문학 한 장 닫다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그의 부고가 뒤늦게 27일 보도되자, 40여 년간 106편의 작품으로 일본에서만 1억 900만 부를 팔아치우고 41개국에 번역되며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던 '추리 문학의 제왕'이 일본 추리소설사 한 장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오사카부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전장주식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이색 이력의 그는 1985년 『방과후』로 데뷔한 이래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트릭을 넘어 인간 본연의 감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며 '본격파'와 '사회파'의 경계를 허물었다.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갈릴레오』 시리즈 등에서 보듯이 그의 소설은 정교한 플롯 안에 '헌신', '방황의 이유'와 같은 깊이 있는 주제를 응시하며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국내에서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별세는 일본 추리문학계에 큰 상실이지만, 일본 추리문학은 에도가와 란포, 마쓰모토 세이초 등 거장들의 뒤를 이어 미야베 미유키와 같은 중견 작가들이 건재하고 두터운 신인 작가층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견고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에도가와 란포상, 나오키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과 활발한 출판 시장은 작가들에게 창작 동기를 부여하고 독자들에게는 꾸준히 양질의 작품을 공급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로 꼽힌다.

'1억 900만 부 신화' 히가시노 게이고 영면…日 추리문학 한 장 닫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때 번성했던 한국 추리문학 시장은 1980년대 김성종 작가 등 걸출한 1세대 작가들을 배출하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창작 기반이 약화되며 점차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해외 번역 소설의 유입이 늘면서 국내 독자들은 주로 일본 등 외국의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을 소비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이는 국내 창작 생태계의 부진으로 이어져, 역량 있는 작가들이 설 자리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영면은 일본 추리문학계의 한 거인 퇴장이지만, 그의 유산과 견고한 생태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한국 추리문학은 지금 번역물 의존 심화와 창작 생태계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국내 현실을 담아낼 역량 있는 작가 육성과 한국적 정서와 서사를 담은 이야기 발굴을 통해 침체된 한국 추리문학 시장의 활성화를 모색할 때다. 이는 K-콘텐츠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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