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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법 76조, 334명 '비시민화' 논란

「병역 거부 관련 형사 유죄 판결이 나기도 전에 치킨집을 폐업하라는 통보를 받았어요」라는 한 청년의 절규는 병역법 제76조가 병역 거부자들의 생존권을 파괴하고 '비시민화'로 내모는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9세 A씨는 2017년 10월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그는 2018년 4월 병무청의 요청에 따라 대구 남구청으로부터 치킨집 폐쇄 처분을 통지받았다.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치킨집은 유죄 판결 전 문을 닫았다. A씨는 「언제 징역형을 선고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일을 구할 수도 없어 당황스러웠죠.」라며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현재 대체복무를 마치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유죄 판결 전 겪었던 부당함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또 다른 병역 거부자인 B씨 역시 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 그는 중견 건설사에 입사했지만, 지난해 1월(2025년 1월) 병무청의 요청으로 해고됐다. 현재 B씨는 세차장 아르바이트로 노모와 여동생의 생계를 어렵게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형사 소송과 헌법 소원을 진행 중이다.

이 사례들은 병역법 제76조가 초래하는 광범위한 직업 제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병역법 제76조 1항은 병역 기피자에 대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기업 채용까지 제한한다. 나아가 제2항은 관허업 허가·등록을 제한하고, 이미 운영 중인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한다. 일반 형사 범죄자와 달리, 병역 기피자 제재는 유죄 확정 전부터 국가가 개입해 불이익을 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병역법 76조, 334명 '비시민화' 논란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2017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병역법 제76조에 따른 직업적 불이익을 당한 인원은 총 334명에 달한다. 이 중 관허업 허가 취소 등 제2항 적용은 5명, 해직 요구 등 제1항 적용은 329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병역 거부로 인한 생존권 위협이 특정 개인을 넘어선 구조적 현상임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병무청의 처분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죄 확정판결도 전에 국가가 개입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 침해다.」라고 지적했다. 김진우 변호사 또한 병무청의 조치를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비시민화' 조치로, 일반적인 형사처벌과 차원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현행 제도가 근로할 권리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병역 거부자들이 양심의 자유를 지키다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실도 문제로 부각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개선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인권위는 이미 2016년 유사 사례에 대해 「덜 침익적인 다른 행정적 수단 강구」 및 「형사재판 유죄판결을 전제」하는 등 엄격한 기준 적용을 국방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재승 교수는 독일의 '직장보호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독일은 대체복무를 마친 후 원래 일자리로 복귀를 허용하여 개인의 생존권을 보장한다. 이는 병역 의무와 직업의 자유를 조화시키는 방안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병무청의 입장은 완강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대체역 제도가 마련된 상황에서 개인의 양심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현역병 입영 기피에 해당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처럼 병무청의 완강한 입장과 여전히 싸늘한 사회적 시선 속에서 병역 거부자의 생존권 침해를 둘러싼 논란과 법 개정의 필요성은 2026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양심의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깊은 질문을 던지고,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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