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역대급 폭등을 기록한 지 하루 만에 5% 안팎 급락했다. 직전 거래일 사상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기록했던 만큼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하면서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3일 오전 코스피는 전장보다 4% 이상 하락하며 6,300선 안팎까지 밀렸다. 장중에는 낙폭이 5%대로 확대되면서 6,200선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직전 거래일 코스피는 1,001.89포인트, 17.91% 폭등한 6,595.45로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동시에 기록했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정한 투자심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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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사자’에서 ‘팔자’로 급변
수급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9,90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직전 거래일 외국인이 무려 7조2,770억원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매수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하루 만의 방향 전환은 주목할 만했다. 대규모 매수 이후 차익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직전 거래일 대규모 매도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는 이날 1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선 가운데 개인이 낙폭을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 ‘삼전·닉스’ 8%대 급락…반도체주 급랭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직전 거래일 상한가까지 치솟았던 SK하이닉스는 7% 넘게 떨어진 데 이어 낙폭이 8%대로 확대됐다.
삼성전자 역시 직전 거래일 26% 넘게 폭등했지만 이날 7% 이상 하락한 뒤 8%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하루 사이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형주도 약세를 보이며 상승장 이후 전반적인 차익실현 분위기가 확산됐다.
▲ 미국 증시 호재보다 ‘폭등 후유증’이 더 컸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아마존의 호실적과 기술주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모두 올랐고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 성장에 힘입어 주가가 15% 넘게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조짐도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 작전을 취소하고 이란과의 대화를 예고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도 일부 진정됐다.
국제유가 역시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4% 넘게 떨어지면서 중동 리스크 완화에 따른 시장 안정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대외 호재보다 직전 거래일의 기록적인 폭등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미 단기간에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한 만큼 투자자들이 수익을 확정하려는 움직임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 코스닥도 급락 출발…이차전지주 직격탄
코스닥 역시 직전 거래일의 폭등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코스닥은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며 700선 초반까지 밀린 뒤 낙폭을 줄였지만 상승 전환에는 실패했다.
직전 거래일 코스닥은 11.63% 상승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기록적인 상승 직후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면서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주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리노공업, 원익IPS 등 주요 기술주도 약세를 보였다. 반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삼천당제약 등 일부 종목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 ‘폭등 뒤 급락’ 증시, 과열 경고등 켜졌다
이번 장세는 국내 증시가 단순한 상승 추세를 넘어 단기적으로 과열과 급랭이 반복되는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하루 만에 17% 넘게 폭등한 뒤 다음 거래일 5% 안팎 급락하는 현상은 정상적인 가격 형성보다 투자심리와 수급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히 외국인의 사상 최대 순매수 직후 대규모 순매도로의 전환은 시장의 방향성이 아직 확고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개인투자자 역시 급락장에서 다시 대규모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과 개인 간 수급 공방이 한층 치열해졌다.
결국 이번 급락은 시장의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는 의미라기보다 기록적인 폭등 이후 나타난 강한 속도 조절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 다만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추격매수와 공포매도가 또다시 증폭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