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빅테크 실적 ‘엇갈린 충격’, 증시 방향성 혼조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와 기업가치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막대한 지출 자체보다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를 본격적으로 따지기 시작한 결과로 분석됐다.

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 성장과 AI 수익화 가능성을 입증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애플과 메타플랫폼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 전망과 현금흐름 악화 우려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연방준비제도의 불분명한 정책 신호까지 겹치면서 증시 표면 아래에서는 업종과 종목 간 자금 이동이 빠르게 진행됐다.

AI 성장 기대가 여전히 강력한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높은 기업가치와 금리 부담을 둘러싼 경계심도 동시에 커졌다.

▲ 빅테크 실적 따라 주가 희비 극명

지난주 미국 금융시장은 빅테크 실적과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과는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 최대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기업별 주가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 애플은 관세 혼란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상장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하루 시가총액 증가를 기록했다.

아마존 주가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매출 증가세가 빨라졌다는 발표 이후 금요일 거래에서 15% 급등했다.

반면 애플은 9월 분기 실적 전망이 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7.4% 하락했다. 아이폰 판매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다시 부각된 것으로 분석됐다.

▲ 마이크로소프트 16% 급등…하루 만에 4천500억달러 증가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16% 급등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4천500억달러 증가하며 미국 기업 사상 최대 일일 시가총액 증가 기록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급등은 클라우드와 AI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실질적인 매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다.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비용이 단순한 지출에 머무르지 않고 클라우드 이용 확대와 기업용 AI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같은 빅테크 기업이라도 AI 투자 성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입증했는지에 따라 시장 평가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 메타는 현금흐름 악화 우려에 8% 하락

메타플랫폼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8% 하락했다. 회사가 하반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한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메타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비용 증가가 현금창출 능력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장기적인 AI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용인했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수천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되고 차입 부담까지 커지면서 시장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기업들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AI 투자 '규모'보다 수익성 입증이 핵심

빅테크 주가의 엇갈린 흐름은 AI 경쟁의 평가 기준이 투자 규모에서 투자수익률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확보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클라우드 매출 증가와 유료 이용자 확대, 영업이익 개선 등 실제 성과가 확인돼야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인프라 투자가 클라우드 사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애플은 AI 전략이 단기 실적에 미치는 효과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고, 메타는 투자 확대가 현금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투자자들이 AI 산업 전체를 하나의 성장 테마로 바라보기보다 기업별 사업모델과 수익화 능력을 구분해 평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 반도체주 반등했지만 7월 낙폭은 21%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은 반도체와 메모리, 데이터센터 장비 관련주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설비투자를 유지하면서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살아났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금요일 소폭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7월 전체로는 약 21% 하락해 AI 반도체 관련주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급등했던 메모리와 반도체 종목에서 차익 실현이 이어진 데다 과도한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도 확대된 결과였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주처럼 단기간 급등한 종목이 이후 조정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나스닥 7월 3.2% 하락…지수보다 종목별 변동성 커

나스닥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3.2% 하락했다. 반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소폭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주요 지수의 움직임만 보면 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개별 종목과 업종에서는 훨씬 큰 폭의 변동이 나타났다.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전략가는 시장의 겉모습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상당한 자금 이동과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이 기존 기술주 비중을 조정하고 AI 수혜주 가운데서도 실적을 증명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구분하면서 시장 내부의 순환매가 빨라진 것으로 해석됐다.

▲ 새 연준 의장 발언에 주식·채권 동반 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신호도 금융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수요일 취임 후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워시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금리 상승이 이미 연준의 긴축 역할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이를 물가 억제 의지의 약화로 받아들였다.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매도했고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시장 분석가들이 연준 기자회견을 두고 혼란스럽다는 평가를 잇달아 내놓을 정도로 통화정책 메시지의 불확실성이 컸다.

미국 증시 [AFP/연합뉴스 제공]
미국 증시 [AFP/연합뉴스 제공]

▲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는 채권 투자자들이 새 연준 지도부의 물가 억제 의지를 충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금요일에는 국채 매도세가 더욱 강해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8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 구간에서 금리가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면서 채권시장 부담이 확대됐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정책회의 개최 횟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회의 빈도가 줄어들면 통화정책 결정 과정과 시장 소통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 금리 상승, 고평가 기술주에 직접적인 부담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기업과 소비자의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

기업은 설비투자와 인수합병, 연구개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소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대출, 신용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컸다.

특히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술주는 금리 상승에 민감했다. 할인율이 높아지면 미래에 발생할 이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AI 기대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실적이 시장 기대를 조금만 밑돌아도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

▲ 중동 긴장과 유가 상승 가능성도 변수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도 미국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남았다.

분쟁이 확대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높이고 소비자의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가 상승과 국채금리 급등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기 어렵고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을 강화하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용보고서·소비기업 실적이 다음 시험대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향후 발표될 고용지표와 소비기업 실적에 주목했다.

금요일에는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가 예정됐으며 맥도날드와 월트디즈니 등 소비자 대상 기업들도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채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었다.

반대로 고용과 소비가 빠르게 둔화하면 금리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증시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었다.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높은 금리와 물가 부담 속에서도 미국 소비자가 지출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었다.

▲ S&P500 이익 증가율 47%…강세장 기반은 유지

금리와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에도 미국 증시 강세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남아 있었다.

실적 발표 결과와 시장 전망치를 합산한 S&P500 기업들의 전체 이익 증가율은 약 47%로 집계됐다. 이는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 분석가들은 다음 분기 기업이익 전망치도 계속 상향 조정했다.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다면 일부 기술주의 조정에도 증시 전체가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었다.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투자 규모는 급증했지만 향후 2년 동안 이들 기업의 매출은 연율 기준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 AI 서사에 가려진 시장의 기초체력

LVW어드바이저스의 조지프 자피아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 내부에 상당한 건전성이 존재하지만 모든 관심이 AI 투자 논쟁에 가려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었으며 기업이익도 빠르게 증가했다. 기술주 외 업종으로 상승세가 확산된다면 주식시장은 AI 종목의 변동성을 흡수하면서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 있었다.

다만 경제 확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자산가격이 어느 시점에서 과도한 수준에 도달할지가 핵심 문제로 남았다.

자피아는 현재로서는 경제와 시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정치/사회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