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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번호통합` 기로에 선 방통위, 최종선택은?

오는 6월 010번호통합 정책에 대한 최종 선택을 앞두고 기로에 선 방통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정책 폐지, 강제 통합 , 점진적 통합의 세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어느 결정을 하더라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010번호통합 계획은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된 장기적인 번호관리정책이다. 3세대(G) 이동통신과 신규가입자에게 010번호만 사용토록 함으로써 3G서비스를 촉진하고, 선발사업자(SK텔레콤)의 식별번호(011) 브랜드화를 막아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방통위는 2004년도에는 전체 이용자의 80%이상이 010으로 전환 될 경우 전문가와 사용자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최종 통합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운바 있으며, 지난 2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010 가입자수가 80%를 넘으면서 6월까지 최종방향을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후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에도 여론 수렴이 쉽지 않은 것이 큰 문제다.

모든 통신사들이 번호통합에는 동의하는 상태이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시기와 방법에 따라 이견이 크다.

 또한 아직까지 남아있는 900여만명의 01x(011,016,017,018,019) 번호 사용자들의 번호에 대한 재산권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르는 논란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최근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잇따라 청원에 나서는 상황이라 방통위로써는 쉽게 방향을 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방통위는 현재로서는 010번호통합이 장기적인 번호관리 정책이란 점에서 정책 폐기는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 않아 보이지만, 통합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편익과 사업자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방통위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통신사간 확연한 입장차 

사업자 측면에서도 번호통합은 난제다. 무엇보다 KT의 고민이 가장 커 보인다. KT는 현재 2G와 3G 전국망을 운영하고 있지만, 2G 가입자는 불과 257만여명에 불과하다. 2G서비스가 사용하는 1.8㎓ 주파수는 내년 6월 사용시한이 만료되는데, 그 때까지 가입자를 3G로 전환하지 못하면 주파수 재할당과 망 유지보수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KT는 2G 가입자의 조속한 3G 전환이 필요하다. KT가 지난해 3G로 전환해도 기존 01x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01x 번호변경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한 것도 3G 전환 촉진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강력한 번호통합 정책은 KT가 바라는 바다.

통합LG텔레콤도 공정경쟁 차원에서 강력한 010번호통합 정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지난 2007년 리비전A의 010번호 부여를 예로 들며 정책의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010번호 통합과정에서 경쟁사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SK텔레콤은 사회적 합의를 거친 단계적인 010번호통합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무난해 보이지만 속사정 역시 간단치 않다. 최초 번호통합정책의 타깃이 SK텔레콤이었고, 여전히 충성도와 ARPU(가입자당매출)가 높은 450여만명의 011가입자가 남아있는 현실이 그 배경이다.

◆ 보유번호에 대한 재산권 적용 문제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 관심사안은 010번호통합에 따라 어떤 이용후생이 증대하는가다. 소비자 이용후생과 관련해서는 식별번호를 개인의 자산으로 볼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번호는 국가의 자산이며 사업자나 사용자에게 실체법적 권리가 있지는 않다”는 견해가 다수다. 하지만 한편에선 “영속적인 사용권을 전제로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재산권적인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번호를 개인자산의 성격으로 인정할 경우, 통합을 위한 강제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에 대해 “번호부여의 법적 근거, 번호 회수절차의 실재 여부와 이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참고해 판단해야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번호통합이 가져다 줄 소비자 편익 증대 여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번호가 통합되면 앞 세자리(010)을 누르지 않고도 통화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장기간 한 번호를 사용해 번호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번호통합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시민단체 네티즌 등 잇딴 청원 

한국YMCA는 ‘01X번호의 3G 가입 거부정책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통해 “010 번호통합 강제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이용자는 현재 약 20%의 01X 사용자들”이라며 “그러나 방통위는 이용자들에게 010번호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YMCA는  “이미 2G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전이 방지의 목적은 이미 성취됐으니 더 이상 3세대 이전시 번호변경을 강제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YMCA는 01X번호가 3G 전환을 할 경우, 010으로 번호를 변경하지 않으면 가입을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방통위에 촉구했다.

최근에는 네티즌까지 청원에 나서며 방통위의 시름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전개되는 010번호통합에 반대 운동에 참여 하고 있는  네티즌들 중 이 가운데 500여명이 다음달초 방통위에 제출할 청원서에 서명했다. 또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면담을 신청하고 번호 통합의 부당성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