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기획재정부가 27일부터 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 들어갔다.
이번 평가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공공기관 기관장의 대규모 교체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뤄져 관심을 끈다.
특히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공공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달부터 공기업과 각 부 산하기관 수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평가 대상은 111개 공공기관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 100명, 상임감사 58명이다.
경영자율권이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4개 기관의 경영실적도 함께 평가한다.
평가 결과 'D' 이하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성과급을 못 받는다. 기관장 평가에서 D를 받으면 경고 조치를, E를 받으면 해임 건의 대상이다.
기관장 경영평가가 시작된 2009년 이후 기재부가 해임 건의를 올린 공공기관장 10명은 모두 퇴출당했다.
경영평가단은 리더십·경영효율·주요사업·노사관계·계량(재무상태 등 각종 지표) 등 5개 평가반으로 나눠 일주일 동안 각 기관을 찾아가 조사한다.
방문조사를 마치면 대상 기관의 이의신청과 보강자료를 제출받고서 오는 6월 20일까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로 평가결과를 확정한다.
평가단은 지난달부터 각 공공기관에서 300쪽에 달하는 실적보고서를 받아 사전 정밀조사를 벌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공공기관장들의 대규모 물갈이 계획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 결과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평가 결론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고 잣대를 과거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함으로써 대규모 공공기관장 교체를 조기에 확정 짓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의 김 사장은 이미 지난주 국토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사장은 2008년 7월 수공 사장에 취임한 뒤 두 차례 연임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란 점에서 사의 표명은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따른 사의 표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수공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은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 공유 발언과 관련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그런 움직임은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새정부 출범에 맞춰 새정부에서 추구하는 국정운영 방향에 맞게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는 기류가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다른 고위관계자도 "청와대 해당 수석실별로 각 부처산하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예컨대 문화부 내에 어떤 산하기관이 있는데 그 산하기관장이 전문성이 있으면 유임 의견을 달고,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이면 교체를 건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차관이나 외청장 인사 때처럼 내부 인사가 많이 발탁될지 여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것은 사실인 만큼, 내부 인사의 승진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임기는 대부분 3년이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 임명하기가 껄끄러울 경우, 대체로 1년을 연임하는데 이를 '3+1'임기라고 한다"면서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3+1' 임기는 새 사람이 오면 알아서 물러나주라는 뜻이라고 한다"고 '자진사퇴'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막판 때인 지난해 12월 전후로 낙하산으로 내려간 인사들도 있지 않느냐"고 언급하고, 김건호 수공 사장의 경우처럼 사의를 표명한 기관장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렇지 않지만 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장 인선은 내주부터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위관계자는 "주요 인선은 공정거래위원장과 차관 인사 두 명 정도만 남았으니 공공기관장 인사도 바로바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체로 공직사회 분위기는 다음 주를 굉장히 긴장하는 것 같다"면서 "다음 주부터 슬슬 (공공기관장) 인선이 시작될 테니까"라고 말해 내주부터 공공기관장 인선이 발표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