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내년 코로나 장기화로 경기반등세 약화할 수도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의 성장세를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역성장을 딛고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등하겠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백신 접종 지연 등으로 경기반등세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3.2%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특히 소비 부진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고용과 민간 투자 회복도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재정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

▲ "올해 역성장 기저효과로 내년 성장률 반등…백신, 경제회복 속도 좌우"

전문가들은 올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며 내년 성장률이 기술적 반등을 하겠지만, 정부의 3%대 성장 전망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3% 넘는 성장률은 너무 낙관적이다. 올해 성장률이 내려갔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좀 올라가긴 하겠지만 우리나라나 해외나 확 올라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폐업 등 극단적인 경우가 많이 생겼는데 그런 부분이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봄까지도 코로나19로 인해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며 "당초 예상보다 내년 경기 반등세가 다소 약해지거나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고 정책 당국이 제시한 3%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고 했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은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비 부진이 계속되며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 특히 대면 서비스 관련 소비는 내년에도 부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공투자는 정부 정책으로 어느 정도 활성화되겠지만 민간투자 회복 가능성은 예상하기 어렵고, 고용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인호 교수는 "정부가 계속 재정으로 소비를 부추기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제 재정 여력도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소비 부진이 있을 것 같다"며 "자기가 벌어서 돈을 쓰는 '건강한' 상태로 소비가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반도체 경기 개선,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속적인 재정 확장과 유동성 공급을 꼽았다. 부정적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지속 가능성이 높은 점과 백신이 천천히 도입되는 점, 미중 무역 전쟁과 환율 절상, 가계부채 증가 및 금융-실물의 괴리 현상 등을 꼽았다.

특히 백신 도입 시점이 경제 회복 속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나 돼야 백신을 본격적으로 맞을 것 같은데 이 점이 내수 경기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했고,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기 리바운드는 백신 접종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전문가,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 시기 중요”

일부 전문가들은 GDP 성장률 등 총량 지표나 평균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올해 -1% 안팎 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에 2~3% 성장률을 달성했을 때 그래프상으로는 'V자' 내지 '체크' 마크 같은 경기 흐름을 보여줄 텐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이전 정상이었을 때의 GDP 레벨을 언제 회복하느냐"라면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청년층, 저소득층, 좀비 기업 등의 문제들이 우리 경제에 고착화할수록 이후 경제 성장세의 정상적 복귀를 어렵게 하거나 늦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내년 이후 경제 키워드는 차별화, 양극화"라며 "내년에 총량 지표, 평균 지표는 좋겠지만 체감 경기는 굉장히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 총량이나 평균만 보지 말고 쪼개서 보면 훨씬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 가계가 어려움을 겪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효율적인 재정 사용 필요…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도 유의"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주요 요인으로 정책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결정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재정 지출을 지목했다.

이와 관련, 내년에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야 하는 상황인 만큼, 효율적이고 계획적인 재정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급증한 가계부채를 비롯해 금융시장 안정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교수는 "전반기에 모든 재정을 소진할 경우 하반기에 재정 절벽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내년 한 해 전반에 걸친 재정 사용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불확실하므로 시나리오별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 아래 가계 부채 등 금융 안정에 유의해야 하며, 파산한 자영업자와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정책은 자영업자 집중 지원 등 재정을 효과적으로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 그러면 큰 재정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며 "초기처럼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코로나 3차 유행 상황에서 당장 대출 원리금 유예를 다시 연장할 수밖에 없겠지만, 원리금 유예가 향후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조만간 원리금 유예 등 금융지원을 선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교수는 "지금은 돈을 너무 마구 쓰고 있는데 돈을 좀 아껴 썼으면 좋겠다. 재정을 살뜰히 잘 쓰면 충분히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민간이 활력을 되찾도록 규제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