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서울아파트 전셋값이 44%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반전세·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은 가중됐다.
7일 KB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당시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6억1451만원으로 4년 동안 1억8832만원(44.2%)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1641만원에서 2347만원으로 43.0% 상승했다.
구별로는 강동구(54.4%)가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51.1%), 송파구(50.1%) 등이 뒤를 이으면서 강남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직후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부터 23개월 연속 오름세다. 특히 새임대차법이 시행된 작년 7월 1%대로 올라선 뒤 9월 2.09%, 11월 2.77%까지 오름폭을 확대했다. 월간 상승률이 2%에 이른 것은 2011년 9월(2.21%) 이후 처음이었다.
작년 11월 정점에 이른 뒤 5개월 연속으로 상승 폭을 줄이다가 지난달 다시 오름폭을 확대(0.56%→0.72%)하며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 임대차법을 활용하려는 세입자와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기 위한 집주인 간의 갈등과 마찰도 커졌으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까지 예고되자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3만6천50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보증금 외에 매달 일정액을 추가로 지불하는 반전세·월세는 4만6천5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0%를 차지했다.
반전세는 서울시의 조사기준으로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와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를 합한 것이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인 임대차 형태를 말한다.
이 비중은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10개월(재작년 10월∼작년 7월)간 28.1%였던 것과 비교하면 5.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반면 순수 전세 비중은 71.9%에서 66.0%로 감소했다.
아울러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 아파트 전셋값의 '이중가격' 현상도 보편화하고 있다.
재계약이 가능한 기존 세입자들은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을 5%만 올려주면 되지만, 신규 세입자들은 크게 뛴 전셋값을 대기 위해 신용대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더 저렴한 집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돈안동 한진아파트 전용면적 84.87㎡ 전셋값은 2017년만 하더라도 3억원 중후반대였으나 지난 4월 6억1천500만원(20층)까지 가격이 뛰었다.
그러나 지난달 5일 같은 주택형이 3억3천600만원(1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사이의 가격 차이가 1.8배나 나는 셈이다.
이달부터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임대차 계약 당사자가 임대료, 계약기간, 체결일 등을 온·오프라인으로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수도권 전역, 광역시, 세종시, 각 도의 시 지역에서 보증금 6천만원이나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에 적용된다.
신고제로 임대차 시장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거래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지만, 과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매물 부족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