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시지가 상위 2%를 종합부동산세 기준선으로 삼기로 당론을 정했다. 부동산 세제 완화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금 불만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격론 끝에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종부세 기준이 바뀌게 되면, 앞으로는 공시가격 '상위 2%' 주택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현재 기준으로는 약 11억원에 해당하는 주택이다.
1주택 부부 공동명의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기준도 추가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실거래 기준으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기준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3억원 높아진다.
비과세 기준은 완화하되, 1가구 1주택의 5억원 이상 양도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현행 '최대 80%'보다 낮춘다는 방침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가지 부동산 이슈인 종부세와 양도세에 대한 논란이 정리됐다"며 "이들 안이 모두 민주당 안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과반 이상 득표한 충분한 다수안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찬반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방안은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생계형 임대사업자의 문제나, 사업자 등록이 연장되지 않는 문제 등이 현장에서 지적됐다"며 "당이 잘 수용해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 전문가들 "부동산시장 영향 크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이번 더불어민주다이 확정한 부동산 세제 완화안에 대해 조세 불만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평가했다.
입법이 이뤄지면 집값이 급등한 서울 등의 주택 보유자 일부가 종부세·양도세 부담을 덜게 되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종부세 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정한 데 대해서는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면 '2% 기준선'이 그어지는 지점은 11억원 남짓이다. 이는 시가로 16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보면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은 전체의 1.9%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주택이 약 9%다.
이 가운데 1가구 1주택자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기준선이 현행 실거래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그동안 물가·집값 상승률을 감안해 비과세 기준선을 조정하자는 취지다.
다만, 과도한 양도 차익에 대한 형평 과세를 위해 양도 차익 규모별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장기 보유·거주 주택에 대해 40%씩 최대 80%까지 세금을 공제해주지만, 앞으로는 차익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20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 과세 대상 조정으로 13억∼16억원 사이의 주택 보유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강남권 소형 아파트, 수도권에서는 분당 등이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종부세 16억원, 양도세 12억원 기준이라면 실수요자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안으로 보인다. 시장의 불만을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전히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차등 적용 방침으로 법 시행 전까지는 갈아타기 수요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에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민주당 특위는 양도차익이 10억∼20억원이면 장기보유 공제율을 최대 40%가 아닌 40%에 80%를 곱한 32%만 해주는 방식을 예시로 든 바 있는데, 이런 점을 염두한 분석이다.
종부세 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설정한 것을 두고는 정치권 밖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상위 2% 기준은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 이런 식으로 세율을 정한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상위 2%를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고, 매년 2%의 주택을 줄 세우는데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집을 사면서도 해당 주택이 종부세 대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함영진 랩장은 "종부세 입법 취지가 부동산 과다보유를 막고 투기적 가수요를 막겠다는 것이어서 우려도 있지만, 크게 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위 2%' 기준에 대해 "보유세는 보유세 나름의 정책 목표가 있는 건데, 상위 2%에만 세금을 매기겠다는 건 보유세가 아니라 부유세의 개념"이라고 꼬집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너무 낮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교수는 "양도세를 최대한 낮춰야 기존 재고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 텐데, 민주당 안은 이 기준에서 보면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이번 조치로 당정의 기대대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교수도 "지금 시장에서는 정권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정권이 바뀐다면 새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큰데, 이번 조치로 매물이 늘어나기보단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효과 회의적…정책보다 표계산"
국민의힘은 18일 민주당이 확정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마치 대단한 정책 변화라도 할 것처럼 희망 고문을 하고, 지지층 눈치 보느라 표결까지 진행하며 내놓은 결론이라기에는 너무 민망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황보 대변인은 "25번의 누더기 부동산 대책도 모자라, 안정성·예측 가능성이 담보돼야 할 세금마저 두 달 넘도록 갈피조차 잡지 못했다"며 "고통은 오롯이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보 대변인은 "실거주 1주택자 보유세 부담 경감, 공시지가 정상화 등 과감한 대책마련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