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다중 규제와 대규모 공급 대책,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거래절벽'은 지속되고 있지만, 거래마다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는 고가·중저가 주택을 가리지 않고 상승세는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다. 특히 집값이 계속 오르자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매수 행렬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고점 경고'에도 0.2%대 치솟은 서울 아파트값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처음으로 0.2%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솟아올랐다.
정부는 7월 마지막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11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이어가는 등 과열 양상이 지속되자 지난달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집값이 고점 수준이라며 추격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발표 직후 조사(8월 2일)에서 오히려 집값 상승률이 0.2%대로 올라선 것이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정부의 고점 경고 직전인 7월 마지막 주 107.6에서 지난주 107.9로 오히려 높아졌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겨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매수 심리는 강북 지역(한강 이북)에서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동북권이 110.1에서 113.2로 3.1포인트 오르며 작년 8월 첫째 주(114.5) 이후 1년 만에 매수심리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도심권(107.6)을 비롯해 서북권(105.1), 동남권(104.6), 서남권(105.6) 등 다른 지역도 모두 기준선을 상회하며 3개월 넘게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 이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중저가 주택이라도 사지 않으면 앞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에 교통 개선 기대감이 있는 중저가 단지에 수요가 몰리며 아파트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셋값까지 뛰면서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1년새 1억3천만원 올라…"신혼부부·20대 '영끌' 매수 이어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값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며 가격 천장을 높여놓자,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도 빠른 속도로 따라 오르면서 가격 '키 맞추기'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노원구의 경우 상반기까지 상승률(5.08%)이 작년 1년 동안의 상승률(5.15%)에 육박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에서 지난달 노원구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3천515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37만원 올랐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계산하면 7억6천714만원에서 9억549만원으로 1억3천835만원 뛴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84.9㎡는 지난달 12일 10억원(14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처음 10억원 이상으로 올라섰다.
해당 평형은 작년 상반기까지 7억원을 넘지 않았으나 7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작년 12월 9억원을 돌파했고, 최근까지 계속 상승해 10억원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