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로 다가온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관련 세제가 대폭 개편될 전망이다.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민주당은 현행 세제를 유지·보완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고, 국민의힘은 종부세 폐지와 양도소득세 중과 재검토를 포함한 세제 개편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
대선 직후 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손실보상과 탄소세 도입을 비롯한 증세 논의도 예고됐다.
▲李·尹 입 모아 "1주택 종부세 완화"…정책 방향은 엇갈려
7일 각 당의 대선 후보 공약집에 따르면 민주당 이 후보는 1주택자나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으로 현행 부동산 세제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택 1채를 장기 보유한 저소득층이나 노인 가구에 대해서는 종부세 납부를 연기해주고, 이직·취학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되거나 고향 집을 물려받아 다주택자가 된 경우는 종부세가 중과되지 않도록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취득세 감면도 확대한다. 수도권에서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살 경우 주택 가액이 6억원 이하면 취득세를 50% 감면해주고, 취득세 최고세율(3%) 부과 기준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계획대로 현실화 작업을 추진하되,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세 부담 상한 비율을 하향 조정해 부담을 완화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 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과세표준을 산출하므로, 이 비율을 크게 낮춰 잡으면 공시가가 올라도 세금 부담은 낮아질 수 있다.
아울러 주말·체험 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을 제한해 농지 투기를 근절하고, 공직자가 비(非)필수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는 고위직 임용이나 승진을 제한하겠다고 이 후보는 밝혔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부동산 세제를 시장 관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종부세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공약이다. 종부세와 재산세가 이중과세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는 만큼, 부동산 보유세 체계를 단일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단기적으로는 윤 후보 역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1주택자의 세율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고, 1주택 장기 보유자는 연령과 상관없이 주택 매각·상속 시점까지 납부 이연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1주택자나 비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합산 세액이 직전 연도의 50%를 넘지 않도록 세부담 상한 비율을 하향 조정하고, 조정지역 2주택자나 3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도 현행 300%에서 200%로 낮춘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아예 면제해주거나 1% 단일 세율을 적용하며, 부동산 공시가격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향후 부동산세제를 종합 개편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윤 후보는 밝혔다.
부동산 대출은 두 후보 모두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지역·면적·가격 등을 고려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최대 90%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LTV 상한을 80%로 인상하고, 기타 가구 LTV 상한은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되 다주택자의 경우 차등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주거 관련 지원의 경우 이 후보는 월세 세액공제 5년 이월 도입과 청년 월세 세액공제 확대를, 윤 후보는 전세자금 대출 상환액 소득공제 확대와 월세 세액공제율 2배 상향을 각각 공약으로 제시했다.
▲李·尹 "50조원 규모 손실보상"…당선 직후 2차 추경 예고
대선 이후 소상공인에 대한 대규모 손실보상도 예고됐다.
이 후보는 정부 방역 조치 시행과 동시에 손실을 지원하는 사전 보상 방식의 손실보상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당선 직후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긴급재정명령권을 행사해 5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게 이 후보 측 방침이다.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 탕감 프로그램인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도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신용등급 회복을 위한 '신용대사면'도 이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윤 후보 역시 국세청 행정자료 등을 근거로 지원액의 절반을 먼저 지원하는 선보상 제도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손실보상은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에 비례해 지원하되, 재원은 50조원 이상의 재정 자금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가·임대인·임차인이 임대료를 ⅓씩 나누어 분담하는 '임대료 나눔제'를 도입하고, 자영업자 채무 상황이 악화할 경우에는 부실 우려 채무를 일괄 매입해 관리하겠다고 윤 후보는 밝혔다.
▲전국민 기본소득 도입 vs 근로장려금 확대
국민 소득 지원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정책 방향이 완전히 엇갈렸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전국민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집에 명시했다.
기본소득 금액은 연간 25만원으로 시작해 연간 100만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장 내년부터 만 19∼29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문화예술인 대상 기본소득과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도 추진한다.
반면 윤 후보는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근로장려세제는 일정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며 근로소득이 있는 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장려금 지급액을 맞벌이 가구 기준 최대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10%(홑벌이 가구는 20%) 상향하겠다는 구상이다.
소득 기준 금액도 맞벌이 가구 기준 3천600만원에서 4천320만원으로 올린다.
가상자산의 경우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가상자산 비과세 한도를 주식과 동일한 5천만원으로 확대하고, 국내 가상화폐 공개(ICO)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고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유사하다.
다만 이 후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공약으로 못 박았고, 윤 후보는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탄소세·토지이익배당 등 증세 논의도…재정준칙은 尹만 공약으로 명시
막대한 공약 재원을 뒷받침할 증세 방안으로는 탄소세가 공통으로 언급됐다.
이 후보는 국제 동향과 국내 산업 현황 등을 고려해 탄소세 도입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담았다.
향후 재정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지출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윤 후보 역시 탄소세 도입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명시했다.
아울러 국가 재정 관리를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못 박았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0년 12월 말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