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국가부도 위기에 놓인 러시아가 달러화로 지급한 국채 이자를 일부 채권자들이 수령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일단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날 러시아는 이번 주 만기가 도래한 달러화 표시 국채 2건에 대한 이자 1억1700만 달러(약 1419억 원)를 달러로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서방의 제재 탓에 이자 지급이 제대로 처리됐는지 즉각 확인되지 않았었다.
한 채권자는 로이터통신에 "내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며 놀라워했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국채를 보유한 고객이 이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채권자는 아직 국채 이자를 받지 못했으나, 국영 또는 민간 러시아 기업들의 달러 표시 회사채 이자를 무사히 받았다는 점에서 국채 이자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은 러시아 정부가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보낸 돈을 처리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입금했다고 한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씨티그룹은 이 자금을 확인한 뒤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자국 금융기관과 러시아 중앙은행·재무부 사이의 거래를 금지했으나, 러시아 채권 소유자들이 이자를 수령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 조항은 오는 5월 25일까지만 허용된다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자국에 적대행위를 한 국가의 채권자들에게는 채권이 애초 발행된 통화와 상관없이 무조건 루블화로 상환한다고 발표했으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의 채권자들에 대해선 재무부 특별 승인을 받아 외화로 상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채권자가 이자를 받았다는 보도에 낙관하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러시아가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7일 러시아 국채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크다면서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CCC-'에서 'CC'로 1단계 추가 하향했다. 이는 디폴트 등급보다 2단계 위다.
S&P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투자자들에게 송금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디폴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재무부의 발표는 러시아 정부가 현재 채권 보유자에게 이자 지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앞으로 몇 주간 러시아의 외화 표시 국채 결제는 비슷한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렌던 매케나 웰스파고 전략가는 러시아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러시아의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앞서 피치와 무디스도 이달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급격히 강등하면서 러시아의 채무 변제 능력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한편 스위스 은행가협회(SBA)는 러시아인들이 스위스 은행에 1천500억∼2천억스위스프랑(약 199조∼265조원)을 은밀히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SBA의 이 같은 공개는 스위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나왔다.
스위스 내에서도 러시아 관련 비밀계좌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는데 사회민주당의 마테아 마이어 공동대표는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계좌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렘린에 충성하는 올리가르히의 돈은 전쟁 자금으로 쓰인다"면서 스위스가 이 자금줄을 끊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