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에 도전하는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와 대통령직을 두고 5년만에 다시 맞붙게 됐다.
11일 오전 1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8시) 현재 프랑스 내무부의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개표가 94%가 진행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27.4%, 르펜 후보가 24.2%를 기록했다.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의 득표율은 21.4%로 3위다.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1차 투표에서 3위가 유력한 멜랑숑 후보는 극우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승자를 가리는 만큼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24일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같은 득표 결과는 투표가 마감된 10일 오후 8시 여론조사 회사들이 발표한 추정치와 대체로 일치한다.
여론조사 회사 엘라브는 마크롱 대통령이 28.5%, 르펜 후보가 24.2%를 득표한다고 예상했고,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는 마크롱 대통령이 28.1%, 르펜 후보가 23.3%를 가져간다고 봤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역시 마크롱 대통령 28.6%, 르펜 후보 24.4%라는 비슷한 결과를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누구를 선택했든 간에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며 결선에서 "프랑스와 유럽의 새로운 시대를, 희망을, 프랑스 유럽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어 르펜 후보를 겨냥해 "어떤 형태로든 극우 세력이 이처럼 강할 때는 일이 잘 풀려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며 "극우세력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자 르펜 후보는 "1차 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은 두가지 상반된 미래 사이에서 근본적인 선택을 하기를 원했다"며 "하나는 에마뉘엘 마크롱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만든 분열, 불공평함, 무질서"였다고 공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의 정의와 보호를 위해서 프랑스인이 모이는 것"이라며 "조국이 다시 일어설 희망이 보인다. 오늘 마크롱을 선택하지 않은 모든 이는 여기에 동참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앞으로 2주 동안 유세할 시간이 있는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는 이달 20일 TV로 생중계하는 토론에서 각종 현안을 격론을 펼칠 전망이다.
두 후보가 맞붙는 결선 투표도 박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날인 8일 기준 발표된 Ifop의 여론조사 결과 양자 대결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이 52%로 르펜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48%)보다 불과 4%포인트 높았다.
2017년 결선 투표에선 마크롱 대통령(66.1%)이 르펜 후보(33.9%)를 압도했으나 5년 만에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10일 1차 투표에서 한때 르펜 후보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르콩케트 후보는 7.0%로 4위를 기록중이다.
프랑스 정치사를 지탱해온 양대 정당 기성 후보들은 초라한 성적으로 2017년에 이어 올해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우파 공화당(LR)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는 4.8%, 좌파 사회당(PS) 안 이달고 후보는 1.7%의 표를 얻었다.
이번 대선 1차 투표 투표율은 73.2%로 잠정 집계돼 2002년 71.6%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