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의 대러제재를 확장해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다른 국가도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석유구입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있을지 묻는 말에 "논의에서 배제된 게 아니라는 점은 확실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에게도 위반의 책임을 함께 묻는 제재다.
그랜홈 장관은 "정부가 그런 맥락에서 결정할 것이지만 내가 그 의향을 미리 알리는 것은 아니다"며 "결정은 어디까지나 그들(관할 부처)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제재는 대체로 미국 재무부, 국무부가 기획하고 집행한다.
에너지부는 그 과정에서 제재 집행이 글로벌 석유 시장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묻고 러시아의 전쟁 비용 충당을 저해하려고 영국, 캐나다와 함께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로 하루 10억 달러(약 1조2천7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 시사는 석유 수입으로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친러시아 성향의 경제대국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에서 러시아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며 수입량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인도는 3월 하루 6만6천 배럴을 수입하던 것을 지난달에는 하루 27만7천 배럴로 늘렸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도 러시아산 석유를 크게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과거 제재 대상인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3자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러시아 석유 수출을 겨냥한 제재가 강화되면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랜홈 장관은 미국 정부가 그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정부는 휘발윳값 급등 때문에 최근 전략비축유까지 방출한 터라 제재로 인한 국제유가 변화에 촉각을 더 곤두세운다.
그랜홈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첫 번째 서방 제재로 세계 석유 시장에서 하루 150만 배럴이 빠져나갔으며, 유럽연합(EU)의 단계적 감축 계획에 따라 연말까지 하루 150만 배럴이 추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상승 압박이 증가할 것은 확실하다"며 "연료비 때문에 우리 국민이 고통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