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에서 0.5%로 0.50%포인트(P) 깜짝 인상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7월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와 0.75%로 0.50%P씩 올리기로 했다.
당초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이달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했었지만, 이날 그 두 배에 달하는 '빅스텝'을 감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0.5%P 인상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바람직하지 않게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다 한동안 물가목표치 이상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나 내년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지만,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경제활동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성장 저하, 물가 고공행진, 공급망 문제 등은 올해 하반기와 그 이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2016년 3월 이후 6년여째 이어져 온 기준금리 제로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한계대출금리 역시 드디어 마이너스 금리를 탈피하게 됐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지난번 통화정책회의 때 예고했던 것보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더 큰 첫 발걸음을 떼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판단을 다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8.6% 뛰어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물가가 8∼10%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는 20% 가까이 치솟았다.
ECB는 "차기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적 금리정상화는 적절한 행보일 것"이라며 "오늘 마이너스 금리 탈피를 시작으로, 앞으로 통화정책 회의마다 금리 결정을 하는 형태로 이행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CB의 정책금리 경로는 데이터에 기반해 정해질 것이며, 중기 물가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가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변속보호기구)의 도입을 승인했다.
TPI는 통화정책 긴축 전환 과정에서 유로존 내 국채 금리 상승세에 상한을 두겠다는 의도로 설계됐다.
TPI의 매입 규모는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직면하는 위험이 얼마나 중대한가에 달렸다고 ECB는 밝혔다. 매입 규모에는 사전 제한이 없다.
ECB의 정책금리가 인상된 후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국채금리는 불균형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이들 국가의 국채를 보유하는 데 대해 더 많은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다.
TPI를 언제 가동할지는 전적으로 ECB의 재량이며, ECB는 공공부문 채권 1∼10년물을 매입대상으로 할 예정이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 와중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독일 국채 10년물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간 금리차는 246.5bp(1bp=0.01%P)로 벌어졌다. 앞서 ECB는 지난달 유로존 국채간 금리차가 250bp 이상 벌어지자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ECB는 정책금리 인상 이후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해 매입한 만기 채권의 원금을 재투자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순매입은 이달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