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사건이 오는 31일이면 결론 난다. 2012년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다.
한국 정부의 매각 절차 고의 지연 등 쟁점이 복잡해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소송 규모가 6조원에 달하는 만큼 패소 시 당시 인수·매각 과정에 관여한 인사들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오는 31일 판정을 선고한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기 위해 여러 은행과 매각 협상을 벌였다. 2007년 9월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고 했지만,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 보유지분 51.02%를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다.
외환은행 지분을 정리한 론스타는 절차 지연으로 매각 가격이 내려갔다며 같은 해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달러(현재 약 6조28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ISDS 소송을 제기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조치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는 2013년 5월 중재판정부를 구성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2015년까지 서면 심리를 진행했다. 정부와 론스타 양측은 증거자료 1546건, 증인·전문가 진술서 95건 등을 제출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후 2016년 6월까지는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총 4차례 심리가 진행됐고, 2020년 6월에는 윌리엄 이안 비니 전 캐나다 대법관이 새 의장중재인으로 선임되면서 같은 해 10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그해 11월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협상액 8억7000만 달러를 제시하고, 협상안을 수용하면 ISDS 사건을 철회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정부는 거절했다.
이후 사건을 계속 심리하던 ICSID는 소송 제기 후 3508일째인 지난 6월 29일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핵심 쟁점은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절차를 고의로 지연했느냐다.
론스타 측은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국내 법령에 규정된 심사 기간을 초과하도록 지연시키고,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HSBC와 하려던 계약보다 싼 가격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법에 맞게 심사를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법에 규정된 매각승인 심사 기간이 권고 사항에 불과하고 서류 보완 기간을 고려하면 기간을 초과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당하게 연기한 것이란 주장도 편다.
외환은행 매각가격 인하는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외환은행 주가가 내려갔기 때문이며, 이 같은 상황에서 론스타가 하나은행과 가격을 협상한 결과이지 정부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도 반박했다.
론스타 측은 우리 정부가 최대한 세금을 거둘 목적으로 한국-벨기에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보장된 면세 혜택을 거부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벨기에 회사인 론스타가 오로지 면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설립된 실체 없는 '도관회사'이므로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면세 혜택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쟁점이 복잡하고 증거 양이 많은 탓에 결과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패소할 경우 6조원대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국민 세금으로 물어내야 할 수 있다.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에 관여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 장관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