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약 30분간 회담을 가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일정상회담이자 2019년 12월 이후 2년 9개월만에 열린 양국 정상의 단독회담이었는데요.
한일관계 복원과 발전을 위한 정상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회담의 의미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관련내용 및 외교부 입장 정리해 봅니다. <편집자 주>
◆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어떻게 열린 것인가
한일 두 정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나란히 뉴욕을 찾은 계기로 성사됐는데요.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건물에 윤 대통령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면 회담이 이뤄졌습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한일정상회담 성사를 밝혔지만, 일본 측이 회담 개최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회담 시작 4시간여 전 브리핑에서도 회담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가, 회담이 시작된 지 2분이 지나고서야 '한일정상회담이 지금 시작합니다'라는 언론 공지문을 보냈습니다.
이날 회담 형식은 당초 예상과 달리 정식회담이 아닌 약식회담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구체적 의제를 확정해서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식회담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회담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나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외교당국 대화에 속도를 내면서 정상 간 소통도 계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상호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 일본 측에서 우리 정부에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방안에 대해서 먼저 안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하는데, 회담에서 강제징용 문제 관련으로 새롭게 제시된 내용이 있는가
이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그간 국내에서 네 차례 개최된 민관협의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설명하고 양측 간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민관협의회에서는 대위변제(제3자에 의한 변제)를 하거나 일본 피고 기업의 채무를 인수하기 위해 한국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을 활용하되, 한일 양국 기업이 갹출한 자금을 재원으로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었습니다.
임 대변인은 특별한 시한을 두지 않고 양국 간에 합리적인, 양국 공동의 이익에 부합되고 많은 분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번 회담을 두고 일본에서 의미를 축소했다는 논란이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회담을 마치고 나서 대통령실은 '약식 회담'이라고 지칭했는데요. 일본 측에서 '간담회'라고 정의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식 회담이라 하더라도 양국 국기나 테이블, 합의 내용 발표 등 회담의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임수석 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형식과 장소, 회담의 명칭에 관해 "추가로 말씀드리지는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회담 형식에 대해서는 다자협의 무대에서의 회담은 양측 정상 간의 일정과 동선, 현지 상황을 고려해 신축적으로 할 수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회담은 일본 측에서 준비하는 자리였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번 회담의 의미는
임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것이며, 양 정상이 직접 만나 양국의 주요 현안한반도 정세뿐 아니라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한일 양국이 서로를 가까운 이웃으로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보다 미래 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 큰 성과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