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빅테크의 독과점을 규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 생태계의 광범위한 서비스 장애가 우리 사회에 큰 불편을 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독과점의 폐해를 절감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도 독과점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반칙 행위를 제재하는 데 더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카카오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데 (이번 사태 원인으로) 독점 얘기도 나온다. 구조와 관련해 정부가 개선을 고민할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저는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독과점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적발해 제재하고 독과점적 시장 구조를 개선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공정위 본연의 역할 중 하나인 만큼, 플랫폼 독과점 문제도 공정위가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 시장 구조를 경쟁 친화적으로 바꾸고 시장 지배적 남용 행위가 있으면 제재하는 것이 공정위의 기본 업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많은 것이 서비스 품질이나 위험 분산 측면에서 좋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연내 제정할 계획인데,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작업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침을 통해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것), 최저가 판매 등 최혜 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기준이 구체화하면, 공정위가 관련 위법 행위를 조사·제재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플랫폼과 입점업체·소비자 간 갈등에 자율규제를 적용하는 것과 별개로, 플랫폼 간 경쟁을 차단하는 반칙 행위 등에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는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거나 플랫폼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지원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사태로 다수의 국민과 전문가들은 과도한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만큼, 여야가 독과점 방지와 실효성 있는 안전책을 위해서 합의해서 좋은 안을 조속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과점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격·출고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행위,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 등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가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제재 수위는 향후 심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 출품작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가져갔다는 혐의(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플랫폼은 초기에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사업자에게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는 쏠림 효과 때문에 승자가 시장을 독식할 우려가 크다.
효율성 향상 등 장점도 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져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이번 화재처럼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