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 경쟁당국이 양사 합병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이 예상된다며 기업결합 승인을 유예한 데 이어 미국이 추가 심사를 알려오면서 합병 절차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등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시간을 두고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美 당국 추가 심사, 합병절차 지연 우려
미 당국은 양사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애초 미 법무부는 75일간 기업결합심사를 하겠다고 대한항공과 협의했지만 기한을 넘기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말 미 법무부에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달 중순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노선이 많은 만큼 독과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심사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미주 노선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 매출의 29%를 차지한 주력 라인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등이 미주 노선 운항을 확대하면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향후 심사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잘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이 합병 이후 독과점 우려가 작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하면 다른 주요국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불허하면 양사 합병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전날 영국 경쟁시장청은 독과점 해소 방안을 오는 21일까지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의 인천~런던 노선 취항을 추진함에 따라 영국 경쟁시장청도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14개국이다. 이중 터키, 대만, 호주 등 9개국 경쟁당국은 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