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전면전 발발이라는 최악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역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대 하락률을 갈아치우며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시장의 안전장치인 서킷브레이커마저 무력해진 '패닉 셀(Panic Sell)' 양상이 나타났다.
▲ 역대 최대 하락률 경신…5,100선 붕괴의 충격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12.06%) 폭락한 5,093.54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기록했던 기존 역대 최대 하락률(12.02%)을 넘어서는 수치다.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3% 넘는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전쟁 확전 소식이 전해지며 투매 물량이 쏟아졌고 결국 5,100선마저 허무하게 내줬다.
특히 전날 기록했던 역대 최대 낙폭 기록을 단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시장이 느끼는 공포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게 한다.
▲ 코스닥 14% 급락…중소형주 '초토화'
코스닥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마감하며 지수 1,000선이 무너졌다.
2020년 팬데믹 당시 기록했던 11.71%의 하락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기술주와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이 지정학적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동시 발동
이날 증시는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시장 제어 시스템이 잇따라 작동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이상 폭락하면서 양 시장의 거래를 20분간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됐다.
또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사이드카' 역시 코스피에서는 이틀 연속, 코스닥에서는 4개월 만에 발동되었다.
제도적 안전장치가 모두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전쟁 장기화 우려…글로벌 ‘Risk-Off’ 확산
증권업계는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가능성을 지목한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점이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 한국 증시 유독 큰 낙폭…“과열 조정 겹쳤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보다 더 크게 하락한 이유로 단기 상승에 따른 과열 상태를 지목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는 1월 24% 상승, 2월 19.5% 상승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왔고, 이 때문에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과 일본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가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 향후 전망: 유가 급등과 환율 변동성 주목
금융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동발 전쟁은 단순한 심리적 위축을 넘어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 물가 상승 압력,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마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증시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긴급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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