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러시아, '석유 특수'로 하루 1.5억 달러 추가 수익

장선희 기자

중동 지역 군사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러시아가 가장 큰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러시아는 하루 최대 1억5000만달러(약 2233억원)에 달하는 추가 재정 수입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중동 위기 속 러시아 ‘유가 반사이익’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는 국제 석유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수요가 러시아산 원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하루 최대 약 1억5000만달러의 추가 재정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전쟁 발발 이후 약 13억~19억달러 규모의 예상치 못한 세수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최근 몇 달 평균이었던 배럴당 약 52달러 수준에서 70~8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계산이다.

이 경우 러시아 정부는 3월 말까지 총 33억~49억달러의 추가 재정 수입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 인도·중국 수요 급증…러시아 원유 흐름 변화

러시아 원유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는 미국의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 압박을 완화하고, 인도에 대한 러시아 원유 구매 압력을 낮추면서 러시아 원유 운송선들이 대거 인도양으로 향하고 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상당량의 러시아 원유 화물이 해상에 있으며, 그 상당수가 인도 항구로 이동 중이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클리퍼(Kpler)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현재 하루 약 150만 배럴 수준으로, 지난달 초 대비 약 50% 증가했다.

현재 선적 일정이 유지될 경우 월간 러시아 원유 도입량은 하루 200만 배럴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일주일 동안 중국과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은 각각 약 22% 증가했다.

러시아
[EPA/연합뉴스 제공]

▲ 유럽 시장 재진입 노리는 러시아

이번 상황은 러시아에게 전략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산유국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러시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 시장이 “새로운 가격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어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매우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일부 국가에 대한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에너지 가격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 유럽과 동맹국들 ‘에너지 안보’ 우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동맹국들에게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중동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다시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기업의 분석 보고서는 중동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유럽이 러시아 LNG 금지 조치를 연기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러시아를 에너지 시장에서 고립시키려던 지난 몇 년간의 정책을 약화시킬 수 있다.

▲ 유가 상승에도 러시아 재정 부담 여전

다만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은 급감하며 재정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의 주요 세수원인 광물채굴세 중심의 에너지 수입은 올해 1~2월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재정 적자는 이미 연간 예상치의 90%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최소 10% 지출 삭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
[TASS/연합뉴스 제공]

▲ 러시아 증산 카드…OPEC 변수

전문가들은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가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재 러시아는 OPEC 협약에 따라 하루 약 30만 배럴을 감산한 상태다.

시장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하루 최소 40만 배럴의 추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몇 달 안에 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 원유 제재를 얼마나 완화할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러시아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제재 환경 역시 중요한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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