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중국, 이란 외교 ‘속도전’

장선희 기자

중국이 이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내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테헤란과의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정교한 '줄타기 외교'로 풀이된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서 전체 연료의 절반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한편, 5월 중순으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중동 분쟁에 대한 접근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 실용주의적 접근… 트럼프 "중국이 이란 설득 도왔다"

중국의 절제된 외교 전략은 미국으로부터 일정 부분 성과를 인정받는 모습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파키스탄에서 열린 평화 회담에 이란을 끌어들이는 데 중국이 기여했다고 언급하며 베이징의 막후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립 분석 기관인 '중국-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의 에릭 올랜더 편집장은 트럼프가 중국의 역할을 거듭 언급한 점을 들어, 중국이 협상 테이블의 정식 좌석은 아닐지라도 협상가들과 같은 공간에 머물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레드카펫’ 전략… 무역 및 타이완 이슈 선점 목표

중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래 지향적이고 찬사에 약한 인물로 파악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분쟁 해결과 타이완에 대한 영유권 주장 등 자국의 핵심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베이징 내부에서는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전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8년 만에 성사된 미국 대통령의 방중 외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14일과 15일 양일간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 해군의 이란 항구 봉쇄가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중국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 트럼프의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강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시진핑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시진핑의 '4대 평화 원칙'… 전방위적 중동 외교 전개

시 주석은 지난 화요일 평화 공존, 국가 주권 수호, 국제법 준수, 그리고 발전과 안보의 균형을 강조하는 '4대 평화 계획'을 발표하며 침묵을 깼다.

이는 이란의 라이벌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관계를 심화하는 동시에 테헤란을 대화의 장으로 압박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휴전을 위해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약 30차례에 걸친 전화 및 면담을 진행했으며, 자이준 중동특사는 분쟁 공역을 피하기 위해 육로로 이동하며 걸프 및 아랍 5개국을 순방했다.

인민대학교 최수준 교수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중국의 개입 모드가 전술적 차원에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외교적 수사인가, 실질적 중재인가… 한계와 전망

일각에서는 중국의 중동 외교가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보다는 '보여주기식'에 가깝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이란이 중국을 휴전 보증인으로 세우려 하지만, 정작 중국은 미국이 압박을 고스란히 받는 사이 방관자적 입장을 유지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수년간 미뤄왔던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와 대규모 농산물 수입 등 경제적 선물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인공지능(AI) 거버넌스나 시장 접근성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양측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좁은 범위의 의제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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