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전쟁과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엑손모빌, 셰브론 등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기업들이 중동을 벗어나 원거리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페르시아만을 대체할 새로운 채굴지를 찾기 위해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이 아프리카와 남미 등으로 급격히 쏠리는 양상이다.
▲ 리스크 피해 ‘멀리 더 멀리’… 나이지리아에서 베네수엘라까지
글로벌 정유사들은 중동의 위험 요소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석유 및 가스 자원을 찾기 위한 탐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엑손모빌은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 달러(약 35조 38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으며,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내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영국의 BP는 나미비아 해안의 유전 지분을 매입했고,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는 터키와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는 목요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들이 향후 수년간 진행할 이러한 탐사 벤처를 통해 창출할 가치가 약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 고유가가 안겨준 ‘횡재’… 탐사 중단했던 오지로 회귀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은 글로벌 석유 수급난을 초래했으나, 동시에 정유사들에게는 막대한 현금을 안겨주었다.
그간 주주 환원을 위해 탐사 비용을 줄여왔던 기업들은 이제 고유가로 벌어들인 자본을 바탕으로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거나 위험해서 포기했던 지역으로 다시 진출하고 있다.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은 전쟁 전 60달러대 중반에서 현재 배럴당 88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측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언급하며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란이 다시 폐쇄를 선언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면서 가격 강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전략적 비축을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000억 배럴 규모의 새로운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도 탐사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 중동 사업의 직격탄… 생산량 감소와 시설 파괴
서구권 정유사들이 중동을 떠나는 이유는 실질적인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은 1분기 중동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이 6%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카타르 가스 시설이 파괴되면서 연간 약 5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을 위기에 처했으며, 파트너사인 카타르에너지는 시설 복구에만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내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서구 자본이 중동에서 대규모 신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셰브론은 전쟁 직전 이라크 유전 지분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현재는 협상 타결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 베네수엘라·그리스·이집트로 분산되는 에너지 지도
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셰브론은 지난해 헤스(Hess)를 530억 달러에 인수하며 탐사팀을 대폭 강화했고, 올해 전 세계 해상 개발에만 70억 달러를 배정했다.
특히 미국 정유소가 선호하는 중질유가 풍부한 베네수엘라에서 국영 기업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입지를 다졌다.
엑손모빌 역시 그리스 해안 탐사에 착수했으며 가봉,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셰브론은 이집트 지중해 연안 900만 에이커에 달하는 탐사권을 활용해 시추에 나설 예정이며, 리비아와 그리스 인근 해상에서도 잇따라 사업권을 따냈다.
▲ ‘리스크 프리미엄’이 이끄는 프런티어 탐사 시대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이 해결되더라도 중동발 석유에는 상당 기간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페르시아만에서 나오는 원유 한 배럴마다 지정학적 위험 비용이 추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프런티어(미개척) 지역의 탐사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 역시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정유사들에 생산량 증대를 압박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은 최근 업계 경영진과의 통화에서 공급 부족에 대비해 증산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결국 중동의 혼란이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중심축은 더욱 빠르게 아프리카와 미주 대륙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