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원룸에서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뒤 3년 6개월 동안 시신을 은닉하고 범행을 은폐해온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범행 발각을 막기 위해 장기간 임대차 계약을 유지하며 탈취제와 세제를 동원해 시신 부패에 따른 악취를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고통과 유족의 엄벌 탄원을 근거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인천 지역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시신 은닉 사건의 피고인에게 사법부가 다시 한번 엄중한 심판을 내렸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7년의 양형이 적절했는지 여부였으나, 재판부는 사건의 잔혹성과 은폐의 집요함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량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42개월간 이어진 치밀한 시신 은닉 수법과 범행의 전말
사건은 수년 전인 202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인천시의 한 원룸에서 함께 거주하던 30대 여성 B씨와 심한 다툼을 벌였다. 일본에서 처음 인연을 맺어 한국에서 동거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B씨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A씨는 격분한 상태에서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이후 자신의 범죄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기 위한 엽기적인 은닉 행위를 시작했다.
A씨의 은닉 수법은 일반적인 범죄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이고 치밀했다. 그는 시신을 외부로 옮기거나 유기하는 대신, 살인이 발생한 원룸 안에 그대로 방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범행 사실이 탄로 나는 것을 막기 위해 A씨는 매달 꼬박꼬박 월세를 지불하며 임대차 계약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시신이 부패하며 발생하는 필연적인 악취를 가리기 위해 세제와 물을 섞은 특수 액체를 시신과 방 전체에 뿌리고, 대량의 방향제와 향을 피워 건물 외부로 냄새가 새 나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했다.
이러한 은폐 행위는 무려 3년 6개월, 즉 42개월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A씨는 수시로 원룸을 드나들며 시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방역 작업을 반복하는 등 상상하기 힘든 대담함을 보였다. 그러나 이 완전범죄와 같았던 은닉은 A씨가 별개의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종말을 고했다. A씨가 수감되어 더 이상 원룸을 관리하지 못하게 되자, 방치된 시신의 부패취가 건물 복도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악취를 수상하게 여긴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현장에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B씨의 시신이 발견되며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드러났다.
▲ 항소심 재판부의 중형 유지 판단과 법리적 근거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피고인 A씨의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에 그치지 않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장기간 물건처럼 다루며 은닉한 점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특히 피해자가 자신의 죽음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동거인에 의해 생명을 잃으며 겪었을 공포와 고통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양형의 주요 근거가 되었다.
법원은 A씨 측이 주장한 양형 부당 논리나 검찰 측의 더 무거운 형량 요구를 모두 면밀히 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1심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나 특별한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후 보여준 태도가 극히 불량하고, 사회적 법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했다는 점에서 징역 27년이라는 중형이 사법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단순 살인을 넘어 사체 은닉의 기간과 그 방식의 잔혹성을 엄중히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 유족의 공탁 거부와 사법적 엄벌주의의 사회적 의미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 유족의 단호한 태도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피해자 B씨의 유족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유족들은 피고인 측이 선처를 바라고 제시한 공탁금 수령을 단호히 거부하며, 법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가장 강력한 처벌을 탄원해왔다.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상처는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수준이며, 피고인의 진정성 없는 사과보다는 법의 엄중한 집행을 원한다는 의사가 명확히 전달되었다.
이번 판결은 동거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강력 범죄와 그 이후의 시신 은닉 행위에 대해 우리 사법부가 타협 없는 중형 원칙을 고수하고 있음을 재확인해 주었다. 42개월이라는 장기 은닉은 수사 기관의 공권력을 무력화하려 시도한 행위로 간주되었으며, 이는 살인죄의 기본 양형 기준을 상회하는 가중 요소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2심 재판부의 기각 판결에 따라 A씨는 27년간의 수감 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번 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 사건만큼이나 잔혹한 '시신 숨긴 살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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