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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그록(Grok)', 성장세 주춤

장선희 기자

일론 머스크 CEO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그록(Grok)’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모회사 스페이스X가 경쟁사 앤트로픽에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서는 그록의 경쟁력 약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AI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이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그록은 사용자 증가세와 기업 시장 확장 모두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스페이스X, 앤트로픽에 데이터센터 통째로 임대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초 앤트로픽과 계약을 체결하고 머스크 CEO의 주요 데이터센터 가운데 하나인 ‘콜로서스1’의 전체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AI 모델 ‘클로드(Claude)’ 개발사로, 오픈AI와 함께 생성형 AI 시장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AI 수요 폭증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은 대규모 GPU와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약이 머스크가 자체 AI 개발보다 데이터센터 사업 수익성 확대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 그록 사용자 증가세 둔화

그록은 2023년 말 출시 이후 머스크 CEO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와 연동되며 빠르게 사용자층을 확보했다. 선정적인 AI 캐릭터 기능 등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앱매직(AppMagic)에 따르면 그록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2천만건을 넘었지만, 4월에는 약 830만건 수준까지 감소했다.

미국 소비자와 직장인 26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리컨애널리틱스 조사에서도 그록 유료 이용 비율은 2025년 0.173%에서 올해 2분기 0.174%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반면 챗GPT 유료 이용 비율은 6%를 넘었다.

▲ “오픈AI는 코카콜라, 그록은 RC콜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 엔지니어이자 투자자인 벤 풀라디안은 “오픈AI가 코카콜라라면 앤트로픽은 펩시, 그록은 RC콜라 수준”이라며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테슬라 차량을 운전하고 X 플랫폼도 활발히 사용하는 머스크 CEO의 지지 성향 이용자지만, 실제 AI 사용에서는 챗GPT와 클로드, 구글 제미니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머스크 CEO의 개인 브랜드 영향력과 실제 AI 서비스 경쟁력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선정적 기능 논란…일시적 관심만 유발

머스크 CEO는 그록을 “가장 진실을 추구하는 AI”이자 경쟁사보다 덜 ‘정치적으로 올바른(woke)’ AI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직접 선정적인 챗봇 디자인 개발을 주도했고, 이용자들이 암시적이거나 성적인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올해 1월 다운로드 급증 역시 사진 속 인물의 옷을 가상으로 제거하는 기능 업데이트 이후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러나 미성년자 사진까지 활용되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규제 당국과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기능 접근이 제한됐다.

업계에서는 자극적 기능이 단기 화제성은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 AI 경쟁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기업용 AI 시장에서도 뒤처져

현재 생성형 AI 시장의 핵심 경쟁 분야는 코딩 보조 AI와 기업용 AI 솔루션이다.

그러나 그록은 이 분야에서도 존재감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ETR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기업들이 지속 사용 의향을 밝힌 AI 모델 비율은 클로드가 48%, 제미니가 40%였다. 반면 그록은 7%에 그쳤다.

특히 클로드는 전년 21%에서 48%로 급증했고, 제미니 역시 27%에서 40%로 확대됐다. 반면 그록은 4%에서 7%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기업 시장에서는 안정성·생산성·보안성이 핵심인데, 그록은 여전히 소비자 화제성 중심 전략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한다.

일론 머스크
[AFP/연합뉴스 제공]

▲ 머스크, AI보다 인프라 사업으로 방향 전환?

시장에서는 머스크 CEO가 AI 모델 경쟁 자체보다 AI 인프라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DC의 아르날 다야라트나 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머스크 CEO가 콜로서스를 자체 AI 개발 시설이 아닌 외부 AI 기업용 컴퓨팅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은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여전히 남아 있는 반전 가능성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그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 호스팅 기업 버셀(Vercel)의 기예르모 라우흐 CEO는 “머스크 CEO가 집중하기 시작하면 매우 강한 실행력을 보여준다”며 최근 AI 조직 재편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개발자들은 성능이 더 좋은 모델이 나오면 빠르게 이동한다”며 향후 차세대 그록 모델 성능에 따라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앤트로픽과 협력, 머스크의 현실적 선택

머스크 CEO가 과거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앤트로픽과 협력하게 된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머스크 CEO는 올해 2월 X를 통해 앤트로픽 AI를 “반인간적이고 사악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오픈AI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앤트로픽과의 전략적 협력이 현실적 선택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자 벤 풀라디안은 “내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논리가 적용된 것”이라며 “이제 앤트로픽은 머스크 CEO의 컴퓨팅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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