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원대학교 교수들이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의 '경남과학기술원 전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즉각적인 철회와 수립 경위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해당 공약이 국립대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지자체장의 권한을 넘어선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대학의 정체성을 흔드는 해체 시도라고 규정했다. 대학 구성원과의 합의 없는 일방적인 개편안에 대해 교수 사회가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지역 정가와 교육계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립창원대 해체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박 후보 캠프를 항의 방문하여 공약 철회와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비대위는 이번 공약이 대학의 핵심 주체인 구성원들과의 사전 협의나 민주적 절차를 완전히 배제한 채 발표되었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명했다. 종합국립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포기하고 특정 분야에 치중한 연구중심대학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기존 대학 체제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박 후보가 국립창원대를 경남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여 지역 산업을 견인하는 연구 중심 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박 후보 측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대학의 경쟁력 약화라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엘리트 과학기술 인재 양성 체제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학 내부에서는 이러한 구상이 대학의 설립 목적과 교육적 가치를 도외시한 채 정치적 성과에만 급급한 무리한 설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교수진은 종합대학교라는 국립창원대의 정체성 훼손과 학문적 생태계 파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대위는 "국립창원대의 경남과기원 전환 공약은 그 자체로 대학 해체 시도이며,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인문, 사회, 예술,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상호작용하는 종합대학을 기술원 체제로 축소 개편하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법적 근거와 행정적 권한의 적절성 여부도 이번 논란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립대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관할 아래 있는 국가 기관으로 대학의 명칭 변경이나 조직 개편, 전환 등은 고등교육법에 의거한 국가 사무에 해당한다. 비대위는 "박 후보는 교육부 소속인 국립대학교를 개편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며 법적 근거가 전무한 공약이 대학 현장의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비대위는 교수회와 교수노조 등 대학 내 주요 단체들이 연대하여 구성된 조직임을 명시하며 향후 강력한 공동 대응을 전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들은 박 후보 측에 공약 수립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더불어 대학 구성원들에게 가한 심리적 타격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서를 전달했다. "대학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교수들의 요구는 대학 자율성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근거하고 있다.
다만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대학의 생존을 위해 파격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적 시각도 존재한다.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국립대학이 기존의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고수하기보다는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박 후보 측의 주장이 일정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과 구성원의 동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적 절차 사이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향후 이번 사태는 경남지사 선거 국면에서 교육 정책의 적절성을 둘러싼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정치권과 학계의 가파른 대치 국면을 지속시킬 전망이다. 교육부의 정책 기조와 지역 여론의 향방에 따라 공약의 현실화 여부나 수정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교수진의 반발이 완강해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자율성이라는 절대적 가치와 지역 혁신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어떠한 타협점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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