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연기금 리츠 세 부담 5.5배 폭증 위기… 리츠협회, "분리과세 복원" 행안부 건의

정휘 기자
연기금 리츠 세 부담 5.5배 폭증 위기… 리츠협회,
©연합뉴스

 

연기금이 50% 이상 출자한 공모의제리츠에 대한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리츠 업계의 세 부담이 최대 5.5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츠협회는 자산 규모 30조 원대에 달하는 공모의제리츠의 수익성 악화가 국민 배당 감소로 직결된다고 판단하여 행정안전부에 지방세법 개정을 공식 건의하였다. 이번 건의는 공적 연기금이 투입된 리츠의 과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 투자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공모의제리츠에 적용되던 토지분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이 올해부터 완전히 종료됨에 따라 리츠 업계 전반에 세금 폭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리츠협회는 연기금이 50% 이상 출자한 리츠에 대해 과거와 동일한 분리과세 기준을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하였다. 이는 최근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리츠 시장에서 세제 부담마저 가중될 경우 투자 매력도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조치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공모의제리츠의 자산 규모는 총 30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운용 대수는 114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리츠 자산 규모인 118조 원(447개) 중 약 26%를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공모의제리츠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공공성을 띤 자산으로 분류되어 왔다.

정부는 과거 공모리츠와 더불어 연기금이 과반을 출자한 공모의제리츠에도 토지분 재산세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며 시장 성장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특정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2022년부터 혜택 범위를 매년 20%씩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감축 기조에 따라 올해부터는 관련 혜택이 완전히 사라지며 공모의제리츠는 일반 과세 대상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

분리과세 혜택 종료의 가장 큰 부작용은 종합부동산세의 별도 합산 부과에 따른 세액의 기하급수적 증가이다. 리츠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세제 혜택이 사라진 올해부터 리츠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현행 대비 최대 5.5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급격한 비용 증가는 리츠의 운영 수익을 직접적으로 잠식하여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배당 재원을 고갈시키는 원인이 된다.

리츠 업계는 이러한 세제 변화가 단순히 개별 리츠의 수익성 저하에 그치지 않고 일반 국민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공모리츠가 공모의제리츠를 자(子) 리츠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자 리츠의 세 부담 증가는 곧 모(母) 리츠의 배당 가능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리츠를 통해 노후 자금을 운용하거나 배당 수익을 기대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이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본부장은 "공모의제리츠 역시 부동산투자회사법이라는 동일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설립되고 운영되는 공적인 성격의 기구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조 본부장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주요 투자자인 상황에서 이들을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지방세법 개정을 통한 신규 조항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다.

과세 당국 일각에서는 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가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일반 부동산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특정 법인에만 저율 과세를 유지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업계는 리츠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국민들에게 부동산 개발 이익을 환원하는 순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효율적인 자산 운용과 시장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징벌적 수준의 세금 인상은 리츠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적 자금이 투입된 리츠의 수익률 저하는 결국 연기금의 고갈 속도를 앞당기거나 국민의 노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법치와 시장 경제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세 부담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향후 행정안전부의 지방세법 개정 여부는 국내 리츠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정부가 리츠를 통한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세제 정책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번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산 규모 30조 원에 달하는 공모의제리츠들의 대규모 배당 삭감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츠 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과세 체계의 변화는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공모의제리츠가 지닌 공공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여 합리적인 과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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