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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워시 운명 공동체…이제는 ‘책임 공유’ 구조

장선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를 공식 임명하면서 미국 경제정책 권력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리와 경기 둔화의 ‘희생양’ 역할을 했던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이 물러나고,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인물이 통화정책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경제 상황 악화나 인플레이션 재확산이 발생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파월 탓” 어려워져…트럼프 경제 직접 시험대

2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높은 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파월 전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특히 첫 임기 당시 파월 의장 임명이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의 추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일정 부분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워시 의장은 사실상 트럼프가 직접 선택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연준 정책 결과 역시 ‘트럼프 경제’의 성과로 직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취임 선서 행사에서도 워시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경제가 호황을 누리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장관과 연방대법관, 백악관 핵심 참모들까지 참석해 사실상 정치적 지지 선언 분위기를 연출했다.

▲ 물가·주택·유가 악화…경제 민심 흔들

문제는 최근 미국 경제 지표 흐름이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급격히 악화됐으며, 무당층과 공화당 지지층 내 경제 신뢰도마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다시 6.5%를 넘어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침체된 주택시장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 지표는 올해 3월 연 2.3% 수준에서 최근 3.5%까지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도 트럼프의 이란 공격 이후 갤런당 4.55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는 대선 당시 “취임 첫날부터 물가를 낮추겠다”던 트럼프 공약과 배치되는 흐름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연준의 딜레마…인플레이션 잡으려면 금리 인상 불가피

시장에서는 워시 체제 연준이 매우 어려운 정책 환경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집권당에 정치적으로 불리하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치적으로 인기가 낮다.

특히 저금리를 선호해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어드밴싱 아메리칸 프리덤’의 리처드 스턴 연구원은 “이제 경제는 완전히 트럼프의 경제가 됐다”며 “가격 상승과 생활비 문제는 수년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워시, 월가·정치권 모두 연결된 인물

워시 의장은 2006~2011년 연준 이사를 지낸 뒤 오랜 기간 차기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그는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등과 인연을 맺으며 경제·정치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또 헤지펀드 거물 스탠리 드러켄밀러와의 협업 등을 통해 월가에서도 영향력을 키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회·정치적 관계가 최종 발탁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2017년 워시 대신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던 점을 후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파월 잔류도 변수…연준 내부 갈등 가능성

이번 인선의 또 다른 특징은 파월 전 의장이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흔들기 시도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워시 의장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을 이끄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전임 의장과 공존해야 하는 독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연준은 본래 합의 중심 구조로 운영된다. 워싱턴의 7명 이사와 12개 지역 연은 총재들이 함께 정책 결정을 논의한다.

하지만 워시는 최근 “더 치열하고 공개적인 논쟁 구조”를 선호한다고 밝혀왔다. 이는 기존 연준의 점진적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상당히 다른 접근으로 평가된다.

▲ “시장 놀라게 할 수도”…연준 운영 방식 변화 예고

워시는 시장과 사전 교감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방식에도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시장 예측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이는 현재 방식 대신 보다 유연하고 충격적인 정책 결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연준 회의에서는 30여 년 만에 가장 많은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내부 다수는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 금리 인하 기대를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 기조와 상충되는 흐름이다.

▲ ‘연준 독립성’ 시험

전문가들은 앞으로 핵심 변수로 연준 독립성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은 연준 정책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특히 장기 국채 금리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과 추가 긴축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워시 체제가 단순 인사 교체를 넘어 미국 통화정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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