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영 종합특별검사팀이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모의하고 지시를 전달한 혐의로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는 과거 내란특검이 기소유예 처분했던 실무 책임자들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법적 책임을 재규명하려는 목적이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29일 오후 2시부터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당시의 지시 이행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이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전 소방청장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및 단수 지시를 전달받아 이를 서울소방재난본부 등 하부 기관에 하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차장이 단순한 명령 전달자를 넘어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내란 행위의 핵심적 실행 경로 역할을 수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소방 당국에 압력을 가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전 장관은 허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꽃 등 5개 매체에 경찰이 투입될 예정이니 단전과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즉각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허 전 청장은 이 지시를 즉시 이 전 차장에게 전달했으며, 이 전 차장은 다시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전화를 걸어 포고령 관련 경찰 협조에 적극 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시의 정점에 있던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해서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상태다. 당시 내란특검팀은 지시 전달 경로에 있었던 허 전 청장과 이 전 차장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은 인정되나 제반 사정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며 수사를 종결했었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한 종합특검팀은 상급자의 내란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이상 그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실무 지휘부 역시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검팀 관계자는 "국가 기관의 자원을 동원해 언론의 자유를 물리적으로 압살하려 한 행위는 엄중한 헌법 파괴 행위에 해당한다"며 재수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단순 행정적 협조를 넘어 내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는 법리가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소환 조사가 실무 공무원들의 '맹목적 복종'에 대한 사법적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 전문가는 "상급자의 지시가 명백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내란 행위에 해당할 경우 이를 거부하지 않고 집행한 행위 역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현대 민주 법치의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무원의 면책 범위를 좁히고 법치주의 원칙을 공고히 하려는 특검의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반면 일선 공무원 조직 내부와 일부 법조계에서는 당시의 긴박한 계엄 상황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과거 특검의 판단처럼 이들이 적극적인 내란의 의사를 가졌다기보다는 체계상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수행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종합특검은 소방청 지휘부가 경찰과의 공조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을 확보하고 이들의 가담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특검팀은 이 전 차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 대한 소환 시기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넘어 비상시국에서 공직자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가 무엇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할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상민 전 장관의 사례와 맞물려 실무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수위는 향후 헌정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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