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산업의 상징인 셀트리온에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하며 2002년 창사 이래 유지되어 온 무노조 경영 체제가 막을 내렸다. 노조는 투명한 초과이익 성과급(PS) 산정 기준 마련과 제조·품질 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정규 인력 확충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사측은 노조의 법적 권리를 존중하며 제도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노사 협상 향방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셀트리온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셀트리온지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번 노조 출범은 2002년 회사 설립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조직화 사례로 기록되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셀트리온지회의 공식 출범을 알리며 노동권 확보를 위한 행보를 공식화했다. 해당 조직은 '유니트리온'이라는 별칭을 사용하여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동시에 대외적인 정체성을 확립했다.
노동조합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그간의 소통 방식이 실질적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음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가짜 소통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노동자들의 헌신에 부합하는 투명한 보상과 인격적 존중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기업의 성장에 기여한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보상 체계의 불투명성이 노조 결성의 결정적 동기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성과급 배분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요구 사항의 중심에는 초과이익 성과급인 PS 산정 기준의 투명한 공개와 협상 중심의 임금 결정 체계 확립이 자리 잡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통보하는 기존의 임금 결정 방식을 거부하고 노사 간 대등한 협의를 통한 합리적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는 경영 성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상 체계의 혁신은 향후 단체 협약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인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인 GMP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정규직 인력을 대폭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의 인력 구조로는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현장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부족한 인원을 메우기 위해 시행되어 온 이른바 '인원 돌려 막기'식 순환 근무 체제의 즉각적인 철폐를 주장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일방적인 업무 지시 관행에 대해서도 강력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조는 임직원의 복지 증진과 더불어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타파하고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도입할 것을 요구 사항에 포함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처우 개선을 넘어 일터에서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회복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고충을 외면한 경영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경고한 것이다.
셀트리온 사측은 노조 설립에 대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 기본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존중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노조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되 모든 협상 과정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보수적 대응 원칙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사 간의 첫 공식 접촉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질지가 초기 관계 설정의 관건이다.
기업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도 확고하다. 셀트리온은 노조 출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책임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 측은 "지속적인 성장에 차질이 없도록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결속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셀트리온 노조 출범이 국내 바이오 및 제약 산업 전반의 노사 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바이오 분야는 상대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았으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타 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대형 바이오 기업에서의 노조 설립은 업계 전반의 근로 조건 표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한 노사 갈등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향후 셀트리온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제시한 PS 산정 기준 공개와 인력 충원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사안인 만큼 타협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용 증가를 경계하는 사측과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노조 간의 논리 대결이 치열할 전망이다. 법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장의 관점에서는 노사 관계의 안정적 정착이 셀트리온의 향후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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