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현대차 하청 교섭 사용자성 판정 재차 연기, 노란봉투법 시행 후 산업계 법적 불확실성 증폭

이성경 기자
현대차 하청 교섭 사용자성 판정 재차 연기, 노란봉투법 시행 후 산업계 법적 불확실성 증폭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 1,675명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 여부를 가리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이번 결정은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대형 사업장에서 원청의 사용자 범위를 확정 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사안의 복잡성과 방대한 자료 검토를 이유로 오는 15일 3차 심문회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재차 미뤄졌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에 대한 2차 심문회의를 개최했으나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첫 법적 시험대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울산지노위는 당초 지난달 20일 첫 심판회의를 열었으나 노사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한 차례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이번 2차 회의에서도 식당과 보안 분야에 대한 집중 조사가 이뤄졌으나 판매 분야에 대한 심문을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측은 오는 15일 추가 심문회의와 판정회의를 동시에 열어 하청 조합원들에 대한 현대차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지난 3월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로 귀결된다. 금속노조는 법 시행 직후 현대차를 상대로 하청 조합원 1,675명에 대한 교섭 요구서를 발송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으며 실질적인 사용자성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교섭을 거부하며 맞서고 있다.

사안이 이토록 장기화되는 이유는 심사 대상이 되는 하청 노동자들의 직종이 매우 다양하고 업무 형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생산직을 비롯해 보안, 식당, 판매, 연구 등 서로 다른 업무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의 산업안전과 임금 체계, 작업 방식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노사 양측은 각 직군별로 원청의 지시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뤄지는지를 두고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원청인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으므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명확한 기준 없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할 경우 기존 노사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개별 하청업체의 경영권과 인사권이 존중받아야 하는 시장 경제의 원칙이 노조법 개정으로 인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번 판정이 향후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 산업 전반의 외주화 구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무분별하게 인정할 경우 산업 현장의 교섭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법치주의에 기반한 고용 질서가 무너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직결될 수 있다는 보수적인 시장 경제 관점에서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노동계의 시각은 이와 대조적이며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익 보호를 위해 원청의 책임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원청이 이익은 취하면서 고용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번 지노위의 판정이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계약 자유 원칙과 충돌하며 법적 해석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울산 지역에서는 이미 유사한 선례가 발생하여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최근 울산항만공사를 상대로 제기된 심판에서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지역 내 첫 판결로 기록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규모와 산업적 파급력 면에서 항만공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지노위로서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3차 회의에서는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판매 분야에 대한 심문이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판매 분야의 심문이 마무리되면 위원회는 앞서 조사한 생산, 보안, 식당, 연구 분야의 결과를 종합하여 최종 판정을 내리게 된다. 3차 회의가 사실상 마지막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사 양측은 남은 기간 동안 자신들의 논리를 뒷받침할 추가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의 귀추는 노란봉투법이 현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할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만약 지노위가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산업계 전반에 걸친 교섭 요구가 빗발치며 노사 관계의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대로 사용자성이 부인될 경우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과 함께 법 개정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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