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송파구 투표소 용지 고갈로 투표 중단 사태... 선관위 예측 실패에 참정권 침해 논란

김영 기자
송파구 투표소 용지 고갈로 투표 중단 사태... 선관위 예측 실패에 참정권 침해 논란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일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조기에 소진되어 선거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행정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원인으로 꼽았으나, 투표 마감 시간 이후까지 대기 행렬이 이어지며 현장에서는 유권자들의 강력한 항의와 행정 혼선이 빚어졌다. 주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최우선해야 할 선거 관리 당국이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에 차질을 빚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과 가락동 일대 최소 5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사고는 본투표일인 3일 오후 1시경 잠실2동 제6투표소 등에서 용지 부족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가시화되었다. 이후 물량 확보가 지연되면서 오후 4시 30분부터는 사실상 투표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유권자들이 투표소 내부에서 수 시간째 대기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선거 관리 당국의 미흡한 행정 대응은 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투표소 현장 사무원들은 선관위의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기 중인 유권자들에게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대기자 중 선착순 50명만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하거나 나머지 인원에게는 연락처를 남기라고 요구하여 유권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선거의 공정성과 참정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현장 관리관들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특히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가 임박하자 대기 중인 시민들과 뒤늦게 도착한 유권자 사이의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유권자는 "오후 6시를 넘겨 도착한 사람과 이미 와서 기다리던 사람을 어떻게 공정하게 구분할 것이냐"며 관리 부실을 질타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한 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선거 관리의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잠실2동 제6투표소를 찾은 한 시민은 "송파구 일대에서만 집중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 혹시 모를 부정선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불신은 투표용지 이송이 지연되는 동안 선관위 측이 법적 효력에 대한 확답을 피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예산 절감을 위한 제한적 인쇄 정책과 예상치를 상회한 투표율에 있다고 공식 해명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를 100% 인쇄할 경우 폐기되는 양이 많아 일정 비율만 선제적으로 인쇄해두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수급에 차질이 생겼으나 대기 중인 유권자는 마감 시각이 지나도 모두 투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의 가장 중대한 행사인 선거에서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용지 수량을 제한한 것 자체가 본말전도라고 지적한다. 선거 행정은 단 한 명의 유권자도 소외되지 않도록 보수적이고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용지를 100% 다 인쇄하면 버려지는 용지가 많아서 다 인쇄하지 않았다"는 선관위의 해명은 공공 행정의 책임감 결여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뒤늦게 송파구 선관위를 통해 부족한 투표용지를 해당 투표소들로 긴급 이송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언론 공지를 통해 대기 중인 유권자들이 정상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하며 투표 불능에 대한 오해가 없기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미 장시간 대기를 견디지 못하고 투표소를 떠난 유권자들이 속출한 상황에서 이들의 투표권 상실에 대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향후 이번 사태는 선거 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책임 추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투표율 예측 모델의 정교화와 비상시 용지 공급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사한 행정 사고가 재발할 위험이 크다. 법치 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행정적 미숙함으로 인해 위협받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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