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우석균 전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가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다국적 제약사의 고가 약제에 맞서 글리벡 약가 인하를 주도하며 암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20%로 낮추는 제도적 결실을 보았다. 평생을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가치 아래 의료 공공성 확대를 위해 헌신한 그의 행보는 한국 보건의료 운동사에 중대한 이정표를 남겼다.
우석균 전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가 7일 오전 0시 30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숨을 거두며 의료계와 시민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였던 고인은 2000년대 초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가 인하 투쟁을 선봉에서 지휘하며 국내 환자 권리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활동은 단순히 특정 약값을 낮추는 지엽적 성과에 머물지 않고, 중증 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962년 서울에서 출생한 고인은 198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며 의료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의대 내 학생운동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보수적 학풍 속에서도 사회 변혁을 꿈꾸며 실천적 학생운동에 투신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1983년에는 학업을 중단하고 5년 동안 노동 현장에서 활동하며 기득권을 내려놓는 등 청년 시절부터 확고한 사회적 의식을 실천으로 증명했다.
복학 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고인은 1993년 전공의협의회 결성에 가담하며 의료계 내부의 구조적 개혁에 앞장섰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의 핵심 인력으로 활동하며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고 행동했다. 2001년부터는 성수의원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의 일차 의료 강화와 소외 계층을 위한 진료 활동에도 매진했다.
고인의 가장 독보적인 업적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전개된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출시한 백혈병 신약 글리벡은 1정당 약 2만 5,674원이라는 고가로 책정되어 환자들에게 월 최대 450만 원의 가혹한 부담을 지우고 있었다. 정부가 약가를 1만 7,862원으로 고시하자 제약사가 공급 중단으로 맞서는 극한 대립 상황에서 고인은 환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구축했다.
고인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환자 단체에 먼저 손을 내밀어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을 제안하는 등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투쟁을 이끌었다. 그 결과 2003년 1월, 정부와 제약사 간의 합의를 통해 글리벡 약가는 1정당 2만 3,045원으로 조정되었으며 제약사가 약값의 10%를 기금으로 환원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암 환자의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률이 기존 30~50%에서 20%로 하향 조정되는 제도적 혁신이 이루어졌다.
강주성 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고인에 대해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시켜 준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강 전 대표는 "내가 살면서 의사에게 최소한의 신뢰와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면 바로 이 우석균 선생 때문일 것"이라며 고인이 2001년 먼저 연대를 제의했던 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전문가의 지식이 권력이 아닌 약자의 방패가 되어야 한다는 고인의 철학이 투영된 대목이다.
고인은 글리벡 투쟁 이후에도 광우병 소 수입 반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운동 등 사회적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 민영화 시도에 대해서는 시장 논리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법치와 효율성 기반의 보수적 가치관을 넘어선 생명 중심의 원칙을 견지했다. 그는 '의료붕괴'와 '괴물의 등장' 등 다수의 저작을 통해 한국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대안을 꾸준히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고인의 활동이 제약 산업의 이윤 동기를 위축시켜 신약 개발의 선순환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기도 했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약가는 연구개발 비용과 혁신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인위적인 약가 인하 압박은 장기적으로 의료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고인은 공공 보건의 이익이 기업의 사적 이윤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며 이러한 비판에 맞섰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며 장지는 마석 모란공원으로 결정되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고인이 남긴 '실천하는 의사'의 유산이 향후 한국 보건의료 정책 수립과 공공성 강화 논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생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의료 공공성의 가치는 이제 남겨진 이들이 계승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남게 되었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