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신뢰 잃은 독립기관 존재 의미 없다" 李대통령, 선관위 사태 검경 합수본 수사 전격 지시

김 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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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국민 주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전격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과 사후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며 국회에 조속한 국정조사와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요청했다. 8일로 예정된 4부 요인 회동에서는 선관위원장을 배제함으로써 헌법 기관에 대한 고강도 쇄신과 감시 체제 강화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헌법적 권리인 참정권을 침해한 중대 과실로 정의하고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정부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주권의 근간이 흔들린 만큼 이번 사안을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정부는 행정부 차원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법적, 행정적 조치를 강구하여 투표용지 관리 부실의 원인을 파헤칠 계획이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체적인 조사나 해명만으로는 이미 실추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회에는 이번 사안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조속한 국정조사 추진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해달라는 것이 대통령의 주문이다. 입법부의 감시 기능을 통해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보완하고 독립기관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포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이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중앙선관위원장이 국가 5부 요인으로 규정된 것은 선관위가 상응하는 권한과 의무, 책임을 지닌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독립기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조직 운영과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강도 높은 쇄신과 개혁을 요구한 셈이다.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4일 한 차례 유감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층 더 단호해졌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표권 침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선관위의 미온적인 대응이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고 판단했다. 사고 자체의 불합리함은 물론 이후의 불충분한 해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오는 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4부 요인 회동은 선관위를 향한 압박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5부 요인 회동에서 관례적으로 참석하던 선관위원장을 제외하고 조정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만이 참석 대상에 올랐다. 이는 선관위를 사실상 문책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헌법 기관 간의 견제와 감시 체제를 재정립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번 회동은 새로 선출된 조정식 국회의장과의 상견례 성격을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선관위 개혁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국가 권력의 핵심 축들이 모여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기관의 책임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원장의 배제는 해당 기관이 현재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정부의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관위 내부와 일각에서는 헌법상 독립기관에 대한 행정부의 수사 지시가 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 관리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부여된 독립적 지위가 외부 압력에 의해 흔들릴 경우 향후 선거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독립성 유지조차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가 국가 5부 요인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만큼 그에 걸맞은 도덕성과 행정적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해 근본적 점검을 해야 한다"는 발언은 단순한 문책을 넘어선 조직 재편을 의미한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법치와 효율성의 예외 구역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향후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와 국회의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 따라 선관위의 위상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국가 선거 시스템 전반의 디지털화나 관리 체계 일원화 논의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참정권을 완벽히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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