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법치 무너진 잠실 개표소 봉쇄 나흘째... 국가대표 소지품 검사 등 공공질서 마비

음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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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 차에 접어들며 국가대표 선수단이 시위대에 가로막히고 외신 기자가 위협받는 등 심각한 공권력 무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오전 기준 시위대 규모는 약 1,600명으로 줄었으나 현장의 배타성과 공격성은 오히려 강화되며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 우려가 극에 달한 상태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에서 발생한 불법 봉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공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이 완전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8일 오전 10시경 태극마크를 단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 6명은 훈련 용품을 반출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으나 시위대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들은 오는 24일 중국에서 개최되는 제25회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둔 상황에서 연습에 필요한 공인구와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대에게 간청하는 수모를 겪었다.

시위대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신분을 의심하며 경기 영상 대조를 요구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법적 근거 없는 사적 검문을 자행했다. 경찰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왜 꼭 이 공이어야 하느냐"며 길을 막아섰고, 결국 한 선수가 손을 비비며 "제발요"라고 애원한 끝에야 겨우 출입이 허용되었다. 장비를 가지고 나오는 과정에서도 시위대 20여 명은 선수들의 가방과 수레를 뒤지는 등 사실상의 강제 수색을 진행하며 인권 침해 논란을 자발적으로 야기했다.

현장을 통제해야 할 공권력이 시위대의 기세에 눌려 시민의 안전과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소지품 검사 과정에서 한 남성 시위 참가자가 "양말도 벗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희롱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나, 경찰은 성적 수치심 유발에 대한 경고 수준의 대응에 그쳤다. 선수단 감독은 "시위가 2~3주간 지속될 경우 국제 대회를 앞둔 선수들이 입게 될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며 현장의 무질서한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외국 언론에 대한 시위대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은 국제적인 외교 결례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경기장 앞에서 생중계를 진행하던 대만 기자는 중국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위대 20여 명에게 포위되어 위협을 당했다. 시위대는 해당 기자를 '위장한 중국인'으로 몰아세우며 소속을 추궁했으며, 대만 매체 소속임이 확인된 뒤에야 길을 터주는 등 극도로 폐쇄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위대의 인구 통계학적 구성 변화는 주말을 기점으로 뚜렷한 노령화 현상을 보이며 시위의 성격이 강성 보수 성향으로 급격히 경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 기준 올림픽공원 내 체류 인구 중 60대 이상 비중이 2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말 동안 30% 안팎을 차지하며 시위를 주도했던 20대 청년층은 월요일을 맞아 학교와 직장으로 복귀하면서 현장의 주도권이 고령층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참가 인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위 내부의 노선 갈등과 구호의 과격성은 오히려 증폭되며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초기 '재선거 실시'라는 단일 구호로 결집했던 시위대는 현재 강성 보수 단체가 주장하는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급격히 이동하며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장 벽보에는 "재선거만 외쳐달라"는 기존 문구 위에 "부정선거 구호 가능", "성조기 지참 가능" 등의 낙서가 덧씌워졌으며, 온건파를 진보 성향 단체로 몰아세우는 언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시위대 측은 이번 봉쇄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중대한 행정적 결함에 대한 정당한 주권 행사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개표 결과의 무효를 주장하며 투표함 반출을 막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이 국가대표 선수단의 훈련 방해나 외신 기자의 취재 자유 침해와 같은 불법적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기동대 350명을 현장에 배치하여 돌발 상황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나 시위대의 출입구 봉쇄를 해제하기 위한 강제 조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경기장 도면을 지참한 모습이 목격되었다며 강제 해산 작전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돌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향후 시위대의 노선 갈등이 심화되고 시민 불편이 가중될 경우 공권력 투입을 통한 법 질서 회복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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