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제 및 금융 규제를 대폭 강화하며 시장 왜곡 바로잡기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회견에서 투기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세제 개편과 금융 제한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엄단하고 실거주 중심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기존의 강력한 규제 기조를 일관되게 이어가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투기 및 투자 수요를 철저히 규제하는 동시에 공급 속도를 높여 시장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부동산 관련 세제와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7월 발표할 세제개편안을 통해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대폭 상향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되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투자 소득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을 '투기 권장'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투자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실거주가 아닌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늘려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정책 설계는 이전과 동일한 궤를 유지한다. 정부는 지난 1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밝힌 이후 시장에 급매물이 풀렸던 사례를 정책의 유효성 근거로 삼고 있다. 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을 높임으로써 실수요자 중심의 매물 전환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조치는 신축 공급뿐만 아니라 기존 재고 주택의 유통을 활성화하여 시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정책 변화에 따라 민감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표 이후 3월 21일에는 매물이 8만 80건까지 증가하며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된 지난달 10일에는 6만 6,914건으로 줄어들었으며 이달 8일 기준으로는 5만 9,248건까지 감소한 상태다. 매물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적인 세제 압박이 시장 공급망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과 더불어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경기 화성 동탄과 구리 등 비규제지역을 규제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정 지역의 국지적 과열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금융당국 역시 비거주 1주택자 중 투기적 성격을 띤 수요를 선별하여 금융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설계하고 있다. 이는 전세대출 신규 공급이나 만기 연장에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은행권의 수도권 및 규제지역 아파트 1주택 전세대출 규모는 약 9조 2,000억 원으로 총 5만 9,000건 수준에 달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다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불허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비거주 1주택자 규제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한 순수 투기 수요를 어떻게 정밀하게 가려낼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다. 당국은 적용 대상의 광범위함을 고려하여 규제 기준 마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실행 계획이 조만간 발표된다. 정부는 올해 용산, 과천, 성남 등 주요 입지에 6만 가구를 공급하고 내년까지 수도권 규제지역 내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확보할 방침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여 단기적인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시장의 전월세 오름세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최근의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을 다주택자 매물이 무주택자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화의 산물'로 규정했다. 통계적으로 전세 가격이 대폭등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하며 시장의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했다. 향후 중산층이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전세 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는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여 서민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러한 강경 기조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것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거부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거래 절벽을 심화시키고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심의 이반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하반기 정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날 대통령이 밝힌 부동산 인식은 7월 세법 개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하반기 시장 흐름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인용에 따르면 정부의 일관된 기조가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주는 측면이 있으나 규제의 정교함이 부족할 경우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 규제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어 기준 설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결국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세제 및 금융 압박 수위와 실제 공급 물량의 체감 속도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직접 '투기 권장 사회'와의 결별을 선언한 만큼 향후 관계 부처의 후속 조치는 한층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은 7월 발표될 세제 개편안과 추가 공급 대책의 구체적인 수치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