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젠슨 황의 '치킨 외교', 잠실구장에서 강남 회동까지... 반도체 동맹 다지는 K-푸드 예찬

정휘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방한 기간 중 나흘 연속 한국식 치킨을 섭취하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황 CEO는 잠실 야구장에서 113마리의 치킨을 주문한 데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갖는 등 한국 식문화를 매개로 한 비즈니스 스킨십을 강화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중 한국식 치킨에 대한 유별난 애정을 드러내며 정·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황 CEO는 공식 일정 사이사이에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는 '치맥' 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며 한국 주요 기업인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기호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 기업들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황 CEO는 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 홈경기에 시구자로 나서 관중들과 호흡하며 치킨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치맥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선언하며 현장의 열기를 고조시켰으며 시구 직후 엔비디아 단체 관람석으로 이동했다. 엔비디아 측은 이날 BBQ 잠실야구장점에 '크런치 순살 크래커' 113마리를 주문하여 임직원 및 관계자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야구장 일정을 마친 황 CEO는 곧바로 서울 강남구 소재 깐부치킨 삼성점으로 이동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두 번째 회동을 가졌다. 오후 7시경 시작된 이른바 '2차 깐부 회동'에서 두 수장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으로 러브샷을 하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소는 황 CEO가 지난해 방한 당시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났던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황 CEO의 치킨 사랑은 방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며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일에는 마포구 서교동의 삼겹살 전문점에서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만찬을 마친 뒤 2차 장소로 BBQ 홍대입구점을 방문했다. 이어 6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종로구 체부동의 토속촌을 찾아 삼계탕과 통닭, 파전을 주문하며 한국의 전통적인 닭 요리까지 섭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도 황 CEO의 한국식 치킨 선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단골 한국식 호프집 '99치킨'을 사석은 물론 공식 석상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해 왔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치킨을 찾는 행위가 일시적인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오랜 식습관에서 기인했음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 전문가는 "젠슨 황의 치킨 외교는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를 공략하여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의 문턱을 낮추는 고도의 심리 전략이다"라고 평가했다. 격식을 차린 정찬 대신 서민적인 치맥을 선택함으로써 파트너사들과의 일체감을 조성하고 실리 정치를 구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엔비디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치밀한 홍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과도한 'K-푸드' 몰입이 본질적인 반도체 협력 논의보다 외적인 가십에 치중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나 이는 전체적인 협력 분위기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시장의 효율성과 실리를 중시하는 황 CEO의 경영 철학을 고려할 때 이러한 비판은 다소 지엽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향후 엔비디아와 한국 반도체 기업 간의 협력 관계는 황 CEO가 다져놓은 정서적 토대 위에서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번 방한 기간 보여준 파격적인 치킨 행보는 한국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심리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의 수장이 보여준 '치킨 외교'가 향후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어떻게 연결될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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