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와 증시 강세에 힘입어 기업들의 투자·소비 심리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당좌예금 회전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향후 실물경제 회복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당좌예금 회전율, 2017년 이후 최고치 기록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당좌예금 회전율은 750.3회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3월 761.4회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금 회전율은 은행의 예금지급액을 예금 평잔액으로 나눈 수치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예금 인출과 자금 사용이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회전율이 낮으면 자금이 은행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 기업 자금 운용 활발…투자·소비 심리 개선 영향
당좌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의 일종으로, 주로 기업들이 수표와 어음 발행을 위해 활용한다. 기업이 예금 잔액이나 계약 한도 내에서 수표 또는 어음을 발행하면 소지인은 이를 통해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와 국내 증시 상승세가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 심리를 자극하면서 당좌예금 활용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들이 설비 투자와 거래 활동을 확대하면서 자금 이동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당좌예금 회전율도 상승했다는 평가다.
▲ 거액 결제·세금 납부 등 계절 요인도 반영
한국은행은 일시적 요인 역시 회전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중 거액 어음 결제가 여러 차례 있었고 세금 납부 등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당좌예금 회전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수치가 전적으로 경기 회복에 따른 결과로 보기보다는 계절적·일회성 요인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출(Photo : [연합뉴스 제공])
▲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지표
당좌예금 회전율은 기업 간 어음 거래가 활발했던 1999년 월평균 1천 회를 웃돌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전자결제 확산과 금융거래 방식 변화로 2000년대 이후에는 대체로 월평균 400~700회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최근 750회를 넘어선 수치는 기업 자금 활동이 상당히 활발해졌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높은 수준 유지
당좌예금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회전율 역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예금과 가계종합예금 등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4월 23.1회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23.6회를 기록하며 2015년 12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이후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21.5회, 19.1회로 다소 낮아졌지만 3월 23.5회, 4월 23.1회로 다시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예·적금 자금 이동 가속화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이 포함된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월 1.7회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증시 호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적금에 머물던 자금이 주식 등 투자자산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과 수출 회복 기대감이 기업 투자 확대와 금융시장 활력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자금 순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좌예금 회전율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 사용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다만 한국은행이 언급한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대규모 결제 효과가 일부 포함된 만큼 향후 수개월간 회전율 추이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수출 증가세와 투자 확대가 지속될 경우 기업 자금 흐름 개선이 실물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