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서클K, 마라톤 페트롤리엄(Marathon Petroleum), 세븐일레븐, 월마트, 앨버트슨스 등 미국 주요 주유소 운영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휘발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였다는 혐의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은 이날 연방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들 기업이 경쟁 주유소 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AI 가격 결정 시스템을 활용해 사실상 가격 담합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AI 기술이 가격 책정 과정에 활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반독점 문제를 둘러싼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AI가 경쟁 대신 가격 동조화 유도"
원고 측은 피고 기업들이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반독점법인 카트라이트법(Cartwright Act)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기업들은 칼리브레이트(Kalibrate)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AI 기반 가격 결정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인근 경쟁 주유소들의 가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최적 가격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원고들은 이러한 구조가 사실상 시장 경쟁을 약화시키고 주유소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들이 직접 가격을 협의하지 않더라도 알고리즘이 유사한 가격 전략을 추천하면서 결과적으로 담합 효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 캘리포니아 새 법률 첫 시험대
이번 소송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주의 'AB 325 법안'과도 직접 연결된다.
해당 법안은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가격 담합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최근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가격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규제당국은 알고리즘 기반 가격 결정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이번 사건은 AB 325 시행 이후 AI 가격 담합 혐의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갤런당 최대 30센트 더 비싸졌다"
원고 측은 AI 시스템 사용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최대 30센트까지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단 1센트 오를 경우 캘리포니아 운전자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약 1억3천400만 달러에 달한다.
원고들은 AI 기반 가격 책정이 반복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7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소송은 이 같은 가격 상승이 단순한 시장 원리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한 가격 조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AP20260526196501009(Photo : [AP/연합뉴스 제공])
▲ "AI 카르텔"이라는 새로운 논란
원고들은 소장에서 "기업들이 경쟁을 중단하고 AI 기반 신탁(cartel)에 참여해 운전자들이 어느 주유소를 가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존 가격 담합과 달리 사람이 아닌 AI 알고리즘이 가격 조정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AI 카르텔'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담합은 기업 간 직접적인 의사소통 증거가 필요하지만, AI 가격 시스템은 알고리즘 자체가 가격을 조정하기 때문에 법적 판단이 더욱 복잡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1,700개 이상 주유소 운영
소장에 따르면 이번 소송 대상 기업들이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내 주유소 수는 1,700개 이상에 달한다.
AI 가격 시스템 제공업체인 칼리브레이트 역시 피고로 포함됐다.
다만 피고 기업들은 현재까지 관련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거나 논평을 거부한 상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알고리즘 작동 방식과 실제 가격 결정 과정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최고 수준 유가의 배경 될까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휘발유 가격을 기록하는 지역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의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58달러 수준이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인 3.93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물론 높은 환경 규제와 세금, 정유시설 구조 등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히지만, 원고들은 AI 가격 시스템 역시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