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천500만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웃음 리듬 속에 인류 언어 진화의 숨겨진 열쇠가 있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오늘 공개됐다.
영국 워릭대 키아라 데그레고리오 박사팀은 2026년 6월 26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서 인간과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등 모든 대형 유인원의 웃음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인간과 대형 유인원이 최소 1천500만년 전 공통 조상 때부터 ‘등시성’(isochrony)이라는 비슷한 기본 리듬 구조로 웃어왔음을 확인했으며, 특히 인간의 웃음 조절 능력이 궁극적으로 언어 출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언어 진화의 복잡성은 과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인간의 독보적인 언어 능력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인간과 대형 유인원의 행동을 비교하는 연구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왔다. 이번 웃음 연구는 언어 진화 과정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팀은 생후 6개월에서 7세 사이의 오랑우탄 4마리, 고릴라 2마리, 보노보 3마리, 침팬지 4마리, 그리고 인간 4명의 웃음 녹음 140개 묶음과 458개의 웃음 간격 자료를 분석했다. 이는 인간과 유인원의 발성 메커니즘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대규모 비교 연구였다.
분석 결과, 인간과 모든 대형 유인원의 웃음은 ‘등시성’이라는 놀랍도록 비슷한 기본 리듬 구조를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오랑우탄 계통이 1천200만~1천600만년 전 분기된 점을 고려할 때, 최소 1천500만년 전 공통 조상 때부터 이 웃음 리듬이 유지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웃음 리듬이 진화 과정에서 점차 빨라지고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수백만 년에 걸쳐 발성 패턴이 더욱 정교해지고 유연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인간은 놀이보다 간지럼에 더 빠르게 웃는 등 상황에 따라 웃음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였다. 이는 감정이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발성을 조절하는 능력의 발달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였으나, 다른 대형 유인원에게서는 이러한 웃음 조절 능력이 관찰되지 않았다.
워릭대 연구팀은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이 웃음 조절 능력이 점진적으로 발달하여 궁극적으로 인간의 언어 출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성 유연성의 증가가 언어라는 복잡한 의사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 연구는 최초 인간이 조상들과 현저히 다른 발성 조절 능력을 갑자기 획득했다는 고전적 관념과 달리, 웃음의 진화는 인간이 하나의 연속적 진화 과정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는 인간의 발성 조절 능력이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1천500만년 동안 점진적으로 다듬어진 결과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독특한 발성 능력과 언어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최소 1천500만년에 걸쳐 유인원과 공유하는 기본 발성 메커니즘 위에서 점진적으로 다듬어지고 발전해 온 결과라는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이 다른 종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