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성능 AI 모델을 도입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고가의 AI 모델을 필수 인프라로 인식해왔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모델이 더 넓은 도입 확산에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3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팔로알토네트웍스의 니케시 아로라,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 주요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저가 모델이 기업 업무의 상당 부분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토큰맥싱’의 역풍, AI 비용 구조 재평가
이 같은 변화는 최근까지 AI 사용 확대를 생산성의 지표로 간주했던 기업들의 전략 재검토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토큰맥싱(tokenmaxxing)’이라 불린 이 접근법은 사용량 증가를 장려했지만, 이제는 비용 부담이라는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AI 사용량을 측정하는 ‘토큰’ 가격 자체는 하락하고 있지만, 정액제에서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전환되면서 실제 작업 비용은 오히려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비용 증가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우버는 직원들의 AI 코딩 도구 사용이 급증하면서 2026년 연간 AI 예산을 단 4개월 만에 소진했고, 이후 사용량 제한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 기업들 “AI 청구서 부담 커졌다”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작업 과정은 더 복잡해지고, 데이터와 입력 길이도 증가하면서 초기 예상치를 넘어서는 비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AI 코딩 비용이 평균 개발자 연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조사에 따르면 기업 임원의 약 75%가 올해 기술 예산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 로우터(OpenRouter)와 같은 라우팅 플랫폼을 활용해 작업을 가장 적합한 모델에 배분하고, 고가 모델은 복잡한 작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 오픈소스·저가 모델 점유율 확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픈소스 기반 모델의 활용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Citi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로우터에서 처리된 오픈소스 토큰 비중은 올해 1월 34%에서 6월 65%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 개발사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보안 우려로 대기업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팔로알토네트웍스의 아로라는 AI 기업들이 미래 가격을 반영해 현재 토큰 가격을 낮추는 ‘선제적 가격 책정’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빅테크, 가격 인하 압박과 수익성 고민
시장 변화에 대응해 오픈AI 역시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앤트로픽의 유사한 움직임에 대비해 토큰 사용료를 포함한 전반적인 가격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가격 인하 경쟁은 기업들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상장 시점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 모델 약진 vs 보안 우려 공존
비용 상승 압박은 기업들을 더욱 저렴한 오픈소스 및 중국산 모델로 이끌고 있다. OpenRouter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위 4개 모델이 모두 중국 제품이며, 딥시크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모델은 성능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토큰당 비용을 크게 낮췄다. 상위 모델이 평균 100만 토큰당 4달러 수준인 반면, 일부 중국 모델은 0.18달러 수준까지 가격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사이버보안 등 민감한 산업에서는 여전히 보안 문제가 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특정 모델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공급자를 병행 활용하는 ‘멀티 벤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