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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강 '반토막' 위기 넘었다... '정상방문 취소' 카드에 207.3만t 사수

한국 철강업계는 절반 가까이 급감할 뻔했던 유럽연합(EU) 철강 수출 무관세 쿼터를 정부의 '정상방문 취소'라는 초강수 배수진과 끈질긴 협상으로 지켜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EU가 당초 130만t이라는 '반토막' 쿼터를 통보했던 살얼음판 위기에서, 한국은 주요국 대비 가장 적은 감소 폭인 207.3만t을 확보하며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어섰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새로운 숙제는 남아있다.

지난달 EU와의 철강 무관세 쿼터 협상에서 기존 대비 19.7% 감소한 207.3만t을 확보하며 한국 철강업계에 안도감이 흐른다. 당초 EU가 통보한 130만t(기존 258.1만t 대비 49.6% 급감)이라는 초유의 위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미국의 철강 관세가 25%에서 50%로 인상된 데 이어, EU 역시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이달부터 새 수입 규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진행된 협상에서 EU는 한국에 기존 무관세 쿼터 258.1만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30만t을 통보하며 국내 철강 수출 시장에 직격탄을 예고했다. EU는 아세안에 이은 한국의 철강 수출 2위 시장이다.

숨 막히는 협상 과정의 돌파구는 지난달 10일 예정된 한-EU 정상회담 직전 마련됐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EU 방문 일정이 취소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초강수 「배수진」을 펼쳤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직접 개입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의 아프리카 출장을 취소하고 즉각 협상을 타결하도록 지시하며 극적인 합의에 물꼬를 텄다.

한국 정부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첫 아시아 국가이자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적이 없는 굿 플레이어」임을 강조했다. 또한 현대차그룹, SK온 등 한국 기업의 유럽 내 생산기지가 역내 제조업 생산과 고용을 뒷받침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EU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한국 철강의 중요성을 인정받는 데 주효했다. 후판, 선재, STS열연 등 한국의 주력 철강 제품들도 새롭게 국가별 쿼터에 포함되며 수출 기반을 유지했다.

EU 철강 '반토막' 위기 넘었다... '정상방문 취소' 카드에 207.3만t 사수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최종 확보한 207.3만t 쿼터는 기존 대비 19.7% 감소한 수치로, 주요 철강 수출국 중 가장 작은 감소 폭이다. 튀르키예는 28.4%, 인도는 30.2%, 영국은 66.6%, 우크라이나는 58.9%, 스위스는 67.5% 각각 감소했다. 특히 중국은 쿼터가 3분의 2 가까이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올해부터 EU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한국 철강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유럽 바이어들이 탄소 저감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의미한다.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4일 르노코리아와 「포스코-르노코리아 테크데이 2026」을 공동 개최, 전동화 및 탈탄소 기술 협력을 공고히 했다. 이는 2020년부터 이어진 양사 협력의 심화다. 현대제철은 월드랠리챔피언십(WRC) 그리스 랠리 기간에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기반의 탄소 저감 강판 양산 체계를 소개했다. 세아그룹은 스페인, 독일 등 유럽 주요 고객사들과 밀착 협의를 추진하고, 이달 말 영국 판버러 국제에어쇼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이번 EU 철강 쿼터 협상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외교적 노력과 국내 기업의 유럽 내 기여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은 중요한 사례다. 그러나 동시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새로운 통상 장벽은 한국 철강 산업에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던진다. 앞으로는 쿼터 내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 탄소 저감 기술 등 고객 맞춤형 대응 강화로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 철강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는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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