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단행된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기조가 다시 긴축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결정은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 물가 상승 압력 확대…긴축 전환 배경
금통위는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2024년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 등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인하했다.
당시에는 정치 불확실성과 건설경기 침체,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경기 방어가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후 가계부채 증가와 높은 환율 부담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8차례 연속 동결하며 상황을 지켜봤지만, 최근 물가 오름세가 뚜렷해지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Photo : [연합뉴스 제공])
▲ 중동 전쟁 장기화가 물가 자극
올해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이전 배럴당 72달러 수준에서 4월 말 126달러까지 치솟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상승한 데 이어 5월 3.1%, 6월 3.2%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3%대를 나타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 역시 2월 1.8%에서 6월 3.4%까지 꾸준히 높아지며 체감물가 부담도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유가 상승이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품 가격으로 확산되는 2차 물가 상승 효과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됐다.
▲ 경기 회복세 뚜렷…성장률 전망 상향 기대
반면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8%를 기록해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명목 GDP 성장률도 10.5%로 197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기록을 크게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으며, 한국은행도 오는 8월 경제전망에서 기존 2.6%보다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시장에서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Photo : [연합뉴스 제공])
▲ 가계부채·집값도 금리 인상 요인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한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7조6천억원 증가해 2024년 8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늘어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아파트 가격 역시 공급 부족 우려와 추가 상승 기대가 맞물리며 연율 기준 10~15% 수준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가계부채 확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 긴축이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 한미 금리차 축소…원화 안정 기대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줄어들게 됐다.
이는 2023년 3월 이후 가장 작은 금리차로,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차 축소가 원화 가치 안정과 외환시장 불안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1,560원대에서 1,480원대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환율 안정 역시 주요 정책 고려 요인으로 꼽혔다.
▲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주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긴축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금통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서도 대다수 위원이 향후 금리 인상을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8월 또는 10월 추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