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긴축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존보다 큰 폭 상향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물가 안정이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은행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 성장률 개선에도 기준금리 인상…통화정책 무게중심은 물가 안정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소비 역시 소득 여건 개선에 힘입어 회복 흐름이 이어지면서 경기 전반의 개선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금통위는 성장 회복보다 물가 안정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다.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안정을 우선하는 통화정책 기조를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됐다.
▲ 올해 성장률 2.6% 전망 웃돌 듯…반도체가 회복세 주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제시한 2.6%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수출과 설비투자를 견인하면서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소비도 소득 증가에 힘입어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다만 제조업 고용 감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산업별 회복 속도에는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반도체 경기의 확장 정도와 내수로의 파급효과, 중동 정세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가 향후 성장률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 성장세가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됐다.
▲ 소비자물가 3.2%…근원물가 상승세도 쉽게 꺾이지 않아
이번 금리 인상의 핵심 배경은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이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3.2%까지 높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5%를 유지하며 물가 상승이 특정 품목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2% 후반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불안 심리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그동안 누적된 원가 상승과 환율 부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도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인 2.7% 수준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근원물가는 기존 전망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연합뉴스 제공]
▲ 금융안정 리스크 확대…환율·가계부채·부동산 모두 부담
금융안정 위험 역시 금리 인상을 뒷받침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영향으로 한때 1,5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한 뒤 외환시장 수급 개선으로 1,400원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국고채 금리는 국내외 통화정책 변화 기대에 따라 상승했고 국내 증시는 AI 투자 전망 변화와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영향으로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이 모두 증가하며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도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높은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세계경제는 성장 지속…대외 불확실성은 여전
세계경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도 AI 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글로벌 물가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이 이어졌고 글로벌 증시 역시 AI와 반도체 산업 전망 변화에 따라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향후 세계경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행 상황, AI 투자 확대 여부, 주요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유지…금통위원 전원 찬성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내 경제는 반도체 호황을 기반으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물가는 비용 상승과 수요 확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도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는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