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업계와 정책 당국이 중국산 AI 모델의 급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대표 AI 기업들은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경쟁을 의식한 견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공개한 개방형 AI 모델이 미국 기업들의 성능을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중국 개방형 AI 모델 급부상…미국 AI 업계 긴장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AI 모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최근 공개된 중국 문샷AI의 '키미(Kimi) K3'와 알리바바의 '큐원(Qwen) 3.8 Max'가 있다.
두 모델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내려받아 기업 데이터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오픈 웨이트(Open Weight)' 방식으로 공개됐으며, 일부 성능 평가에서는 미국 최상위 AI 모델과 대등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투자자들과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면서 AI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 오픈AI "규제 없으면 AI 생태계 붕괴"
오픈AI는 개방형 AI 모델 확산이 장기적으로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픈AI의 전략미래 책임자인 딘 볼(Dean Ball)은 "개방형 AI가 시장을 지배할 경우 AI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 형태로 바뀌는 'AI 공산주의'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디스토피아적 미래"라고 표현하며 미국 정부가 오픈소스 AI 모델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후 자신의 발언이 중국 AI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 "무료 AI 확산되면 첨단 AI 투자도 어려워져"
오픈AI 측은 또 다른 문제로 AI 산업의 투자 구조를 지적했다.
현재 최첨단 AI 기업들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가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 개방형 AI 모델만 사용할 경우 차세대 AI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픈AI는 다만 딘 볼 개인의 발언이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역시 과거 폐쇄형 모델만 개발했던 전략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바 있으며, 현재 오픈AI도 자체 개방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 앤트로픽 "강력한 오픈 AI는 안보 위협"
앤트로픽 역시 개방형 AI 모델이 보안 측면에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는 강력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춘 AI 모델이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게 될 경우 악용 가능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매우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 "경쟁사 견제 위한 규제 요구" 비판도 확산
반면 AI 업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과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AI 기업들의 규제 요구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향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만큼 저렴한 중국 AI 모델이 시장을 잠식할 경우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중국 AI 모델은 미국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도입 사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현재와 같은 시장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AP/연합뉴스 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2/04/1020486.jpg?width=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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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행정부 내부도 규제 놓고 의견 엇갈려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중국 AI 규제를 둘러싼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당국은 중국 AI 기업을 무역 제재 대상에 포함하거나 경고 조치를 강화하고, 개방형 AI 모델을 겨냥한 행정명령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행정부 내부의 이견으로 인해 현재까지 구체적인 규제는 시행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행정명령에 포함된 '최첨단 AI 모델 사전 제출 의무' 역시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AI 규제 둘러싼 정치권 갈등도 심화
백악관 AI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오픈AI 측 주장을 두고 "규제를 이용해 경쟁사를 배제하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규제 불확실성을 경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은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정부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인 개방형 AI 모델이 글로벌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오스틴 카슨(Austin Carson) 시드AI(SeedAI) 최고경영자는 "AI는 이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이지만, 기업들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저렴한 개방형 AI의 중요성도 계속 커질 것"이라며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는 배제를 통해 승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