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기타대출이 목표치를 약 2조4천억원 초과하면서 가계대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대출을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급증하자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관리 계획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타대출은 총 3조4천658억원 증가했다. 이는 당초 설정한 기타대출 목표치 합계인 1조924억원보다 약 2조4천억원 많은 규모로, 목표 대비 약 3.2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 우리·하나은행 증가폭 두드러져
은행별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은 목표치 1천310억원의 8.2배에 해당하는 1조696억원을 집행했고, 하나은행은 목표치 856억원 대비 8.9배인 7천599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목표치 1천58억원보다 6.7배 많은 7천88억원을 집행했으며, KB국민은행 역시 목표치 5천950억원의 약 두 배 수준인 1조1천800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1천750억원 증가를 목표로 했지만 오히려 2천525억원 감소하며 다른 은행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 주담대는 감축 기조 유지
기타대출이 급증한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전반적으로 감소 기조를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은 6월 말까지 주담대를 1조3천149억원 줄이며 감액 목표인 1조4천96억원에 근접했다.
우리은행은 감액 목표 919억원을 크게 웃도는 5천29억원을 줄이며 가장 강도 높은 관리에 나섰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6천965억원, 2천269억원을 줄였지만 당초 목표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주담대가 목표치인 2천600억원 증가를 크게 웃도는 1조6천954억원 늘어나면서 대출 관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연합뉴스 제공]
▲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배경
농협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전체 가계대출 목표치인 8천700억원을 이미 초과했다.
다른 은행들도 상반기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은 한도 관리가 쉽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관리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주담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으며, 주요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대출 신청을 일시 중단하거나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등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한도 관리가 쉽지 않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관리가 가능하고 규모도 큰 만큼 은행들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실수요자 부담 확대 우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조이기가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현재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인 1.5%를 완화하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청년 등 일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지원 방안은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문제가 정상화돼야 자원의 생산적인 재투자가 가능하고 사회적 역동성이 복원된다"며 "속도감 있는 부동산 공급대책과 함께 현실에 부합하는 실수요자 지원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양수 의원은 당국의 규제 일변도로 인해 서민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히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