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데이터센터용 메인프레임 판매 급감과 대형 계약 체결 지연으로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클라우드 기업에는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기업 고객이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장비 예산을 AI 서버와 메모리로 돌리면서 IBM에는 오히려 부담이 됐다고 분석됐다.
IBM은 일부 계약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다음 분기로 연기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적 부진과 주가 급락이 이어지면서 아르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사업 재편 가능성까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 5% 아래로 하향
2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BM은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을 4∼5%로 제시했다.
회사는 앞서 연간 매출이 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분기 실적 부진을 반영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BM이 실적 전망을 낮춘 것은 고객사의 IT 예산 재배분과 메인프레임 판매 감소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크리슈나 최고경영자는 IBM이 사업 구조를 바꾸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2분기에는 전략 실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 메인프레임 판매 42% 급감
IBM의 2분기 인프라 부문 매출은 38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메인프레임 판매가 42% 급감하면서 인프라 사업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IBM의 메인프레임은 금융회사와 유통업체 등 대기업 고객이 핵심 업무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사용하는 고가 서버였다.
메인프레임은 교체 주기가 길고 계약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객사가 구매 시점을 늦추면 IBM의 분기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 2분기 매출 172억 달러·순이익 22억 달러
IBM은 2분기 매출 172억 달러와 순이익 22억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실적 부진에도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지난해보다 약 1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했다.
다만 매출 성장률 전망을 낮춘 데다 핵심 인프라 사업의 부진이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은 현금흐름 전망만으로 실적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수십 건 대형 계약 체결 실패로 실적 부진
제임스 캐버노 IBM 최고재무책임자는 2분기에 수십 건의 계약을 최종 체결하지 못한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IBM은 분기가 끝난 이후 지연됐던 계약 가운데 약 3분의 1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슈나 최고경영자는 이를 근거로 해당 계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체결 시점만 연기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IBM은 사업 전략 자체에는 변화가 없으며 향후 분기에 지연된 계약이 매출로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전 실적 발표에 시총 670억 달러 증발
IBM은 지난 14일 투자자 서한을 통해 예정된 실적 발표에 앞서 부진한 결과를 공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크리슈나 최고경영자는 서한에서 회사가 2분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전 공개 직후 IBM 주가는 하루 만에 25% 급락했고 약 67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후 주가가 추가로 5%가량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계속됐다.
IBM 이사회는 실적을 미리 공개할지를 놓고 논의한 끝에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 고객사 예산, AI 서버·메모리로 이동
IBM은 고객사들이 분기 말 IT 예산을 기존 소프트웨어와 메인프레임 대신 AI 관련 하드웨어 구매에 우선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AI 서버와 저장장치, 메모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우려한 기업들이 장비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예산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크리슈나 최고경영자는 고객사들도 계약 체결 직전까지 IBM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하드웨어 비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예산을 재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투자 확대가 모든 기술기업에 동일한 수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됐다.
▲ AI 투자 확대가 전통 데이터센터 예산 잠식
IBM의 실적 부진은 AI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다른 성격의 위험을 드러냈다.
세일즈포스와 워크데이, 스노플레이크 등이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수요 감소 가능성에 직면했다면 IBM은 AI 인프라 지출이 기존 하드웨어 예산을 잠식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업 고객들이 자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메인프레임과 전통 서버의 교체를 늦추고 AI용 GPU와 메모리 구매에 예산을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IBM에는 AI 시장의 확대가 새로운 매출 기회인 동시에 기존 사업의 수요를 늦추는 이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 AI 인프라 공급 부족 장기화 전망
IBM은 AI 관련 서버와 메모리 시장의 공급망 제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캐버노 최고재무책임자는 관련 업계 대부분이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장비 확보 경쟁이 지속될 경우 기업 고객의 예산이 AI 인프라에 우선 배정되면서 전통적인 메인프레임과 데이터센터 장비 교체는 계속 늦춰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IBM의 인프라 사업이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 엔비디아·AWS와 달리 AI 붐 수혜 제한
IBM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는 경쟁사보다 제한적이었다.
엔비디아와 AMD는 AI 반도체 판매를 통해 성장했고 아마존웹서비스는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IBM은 기업 고객이 자체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전통적인 서버와 메인프레임 판매 비중이 높아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고객사가 AI 장비 구매를 위해 기존 시스템 교체를 미루면서 단기적으로는 역풍을 맞았다고 평가됐다.
▲ 소프트웨어·컨설팅 통한 AI 전환 가능성 강조
크리슈나 최고경영자는 실적 부진에도 IBM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컨설팅 사업을 통해 고객의 AI 도입을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IBM은 기업용 AI 플랫폼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컨설팅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이 AI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했다.
다만 시장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잠재력보다 이를 실제 계약과 매출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크리슈나 최고경영자도 향후 과제는 전략 자체가 아니라 실행에 달렸다고 인정했다.

IBM 로고(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메인프레임 이탈 우려 제기
시장에서는 AI 도구를 활용해 기업들이 기존 업무 시스템을 현대화하면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메인프레임을 운영하는 대신 클라우드 사업자로부터 컴퓨팅 자원을 빌릴 경우 IBM의 핵심 사업이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캐버노 최고재무책임자는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을 떠나고 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IBM은 2분기 판매 감소가 메인프레임 수요의 구조적 붕괴보다는 고객사의 구매 시기 조정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 하반기 인프라 사업 성장 전망 유지
IBM은 부진한 2분기 실적에도 하반기 인프라 사업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메인프레임 판매는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계약 지연 물량이 하반기에 반영되고 신규 서버 수요가 발생하면 인프라 사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지만, 메인프레임 부진을 다른 제품이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분석됐다.
▲ 크리슈나 리더십 시험대
이번 실적 부진과 주가 급락으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의 리더십도 시장의 검증대에 올랐다.
직원 약 26만명을 보유한 IBM을 둘러싸고 사업 분할과 행동주의 투자자의 개입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사회는 7월 말 다시 회의를 열 것으로 예상됐으며, 연이은 실적 부진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월가의 압박도 커졌다.
시장에서는 IBM이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더 빠르게 추진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지연 계약의 실제 매출 전환이 관건
IBM이 주장한 대로 2분기 계약 부진이 취소가 아닌 단순 연기였다면 하반기 실적에서 회복세가 나타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연된 계약이 추가로 미뤄지거나 고객사들이 AI 인프라에 계속 예산을 집중할 경우 성장률 전망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웠다.
IBM의 향후 주가와 기업가치는 소프트웨어·컨설팅 부문의 AI 성장뿐 아니라 메인프레임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연된 대형 계약을 실제 매출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