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병무청 '해직 요구' 9년, 329명 실업…생존권 '와르르'

병무청의 '해직 요구' 공문 한 장으로 지난 9년간 329명의 병역거부자가 일자리를 잃고 치킨집까지 문을 닫는 등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특히 2020년 대체복무제가 도입됐음에도 해직 요구 대상이 오히려 급증하면서 현 제도의 모순과 인권 침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26년 7월 26일 현재, 병무청은 2017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병역거부자 329명에게 '해직 요구' 공문을 보내 대부분을 실업 상태로 내몰았다. 현행 병역법 제76조는 병역기피자 고용을 금지하며, 고용주가 병무청의 해고 요구에 불응할 시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해고가 강제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개인은 물론, 고용주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2018년 6월 헌법불합치 결정과 2020년 대체역 제도 도입 이후에도 해직 요구 대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대체복무제 도입 직후인 2020년 4명에 불과했던 해직 요구 대상은 2025년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 101명을 기록하는 등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체역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는 대목이다.

대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20대 남성은 병무청의 해직 요구로 결국 영업소를 폐쇄해야 했다. 중견 건설사에서 일하던 A씨 또한 해고 통보를 받고 노모를 부양하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A씨 변호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해고 예고 수당이나 실업급여 등 국가가 마련한 지원조차 전혀 받지 못한 채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며 실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병무청 '해직 요구' 9년, 329명 실업…생존권 '와르르'
[사진=연합뉴스]

한베평화재단에서 활동하던 김민형 활동가도 병무청의 해직 요구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26년 2월 23일 입영을 거부한 김 활동가는 병무청으로부터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해고 공문을 받았다. 김 활동가는 지난 7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기자회견에서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강도 높은 규제부터 받는 것이 억울하고 마치 연좌제처럼 느껴진다」며 현 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김 활동가의 변호인인 김진우 변호사는 이번 사태가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병무청의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6년에 해당 법 조항의 개정을 권고했으나 10년째 변화가 없다. 병무청은 2017년부터 '병역 기피자 양산' 우려를 이유로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하며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병무청의 완고한 입장과 시민사회 및 법조계의 생존권 침해 지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이다. 최근 인권위의 진정 접수 및 헌법소원 진행 상황이 향후 관련 입법 논의와 사법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갈등 해소와 합리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사회

글로벌

정치/사회

기업/산업

경제

국내 증시

부동산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