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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 국민 첫 숙의…'역사 vs 훼손' 팽팽

대한민국의 얼굴 광화문이 또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홀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해야 할까요? 모두의 토론회'가 개최되며 뜨거운 숙의의 장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최한 첫 번째 '모두의 토론회'에는 사전 모집된 국민 200여명과 문화유산, 역사, 한글, 도시경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광화문 현판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토론회는 광화문의 상징성을 두고 격렬한 토론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전문가 발제를 경청한 뒤 소규모 토론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며 깊은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은 한글 현판 병기가 「과거의 역사를 지키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치와 미래세대의 유산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며 한글 창제의 역사적 의미와 국가 정체성을 광화문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 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김현경 한국전통문화대 국가유산관리학과 교수는 「현판은 건축물의 상징성과 중심성을 응축하는 요소」라며 한글 현판 추가가 「기존의 역사적·건축적 의미를 훼손하는 중첩적 개입」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문화유산 보존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현판 추가 대신 전시, 해설, 교육 등 다른 방식으로 한글 가치를 알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 국민 첫 숙의…'역사 vs 훼손' 팽팽
[사진=연합뉴스]

광화문 현판은 오랜 논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한글 현판이 설치되며 한글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원형 복원을 이유로 한자 현판으로 교체했다. 이후 2023년 10월, 기존 한자 현판의 균열로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된 현재의 한자 현판이 다시 설치되는 등 60여 년간 수난의 역사를 겪어왔다.

전문가 발제 이후에는 국민 200여명이 20여 개조로 나뉘어 소규모 토론을 벌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의견을 제시했으며, 현장 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즉각적인 의견이 수렴됐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선입견 없이 국민의 의견을 살피고 공감대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과 전문가가 함께 숙의하여 정책을 만드는 공론의 장」임을 강조하며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에 대한 논의는 이번 '모두의 토론회'를 시작으로 정부의 추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향후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현대적 가치 반영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어떤 합의점이 도출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에스컬레이터 한 줄 타기냐, 두 줄 타기냐'를 다음 주제로 예고하며 '모두의 토론회'가 국민 참여형 정책 결정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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